관계형 금융은 생산·고용 효과가 큰 제조업이나 정보통신 기술업종이 대상입니다. 기업 대출이 대부분 1년 이하의 단기 대출이었던 것과 달리 관계형 금융은 3년 이상의 장기 대출을 기본으로 합니다. 여기에 지분 투자도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은행이 기업의 주주가 될 수 있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기업과의 관계가 좀 더 밀접해져 사후 관리를 잘할 수 있을 것으로 금감원은 기대합니다. 은행이 돈을 빌려준 ‘갑’의 위치에 있는 게 아니라 사업 성공의 과실과 실패 위험을 함께 공유하는 동반자가 된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주례(금감원)의 표정과 달리 당사자들은 이 결혼이 조금 불편한가 봅니다. 금감원은 기술신용평가기관(TCB) 등 외부 기관의 계량적 평가가 아니라 경영자 정보나 거래 신뢰도 등의 연성 정보를 고려해 은행더러 자체 평가 기준을 마련하라고 합니다. 아무리 잠재력을 평가한다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당연히 위험 부담이 적은 쪽을 택할 수밖에 없겠지요.
기업 잠재력을 어떻게 평가할 것이냐는 질문에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관계형 금융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은행도 주주들의 안전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결국 질적 평가보다 양적 평가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곤혹스러워했습니다. 기존 평가 척도를 크게 벗어나지 않을 거라는 얘깁니다.
금감원은 관계형 금융 실적을 은행권 혁신성 평가지표에도 일부(100점 만점 중 7점) 반영할 방침입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금융위원회가 역점적으로 추진하는 기술금융과 상당 부분 겹쳐 두 시어머니(금융위·금감원) 눈치를 모두 보게 생겼다”면서 “정책 경쟁 심화에 따른 무리한 시행으로 부실 대출 위험을 안게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2014-11-17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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