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위탁선거법 너무 가혹…차분히 수사 지켜볼 것”
검찰이 김병원 농협중앙회 회장을 오는 30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키로 함에 따라 역대 민선 회장들이 예외없이 수사선상에 올랐던 전례가 되풀이될 조짐이다.농협은 동요없이 차분하게 검찰수사를 지켜본다는 입장이지만, 내부에선 김 회장에게 적용된 불법 선거운동 혐의가 지나치게 가혹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검찰은 김 회장이 지난 1월 농협중앙회장 선거의 결선투표를 앞두고 불법 선거운동을 한 혐의가 있다고 보고, 지난 17일 김 회장의 사무실과 주거지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여 선거운동 관련 자료 등을 확보했다.
또 지난 22일에는 올해 1월 12일 농협중앙회장 선거 1차 투표에서 탈락한 뒤 결선투표 직전 김병원 당시 후보를 지지해달라는 문자메시지를 발송한 혐의로 합천가야농협 조합장 최덕규씨를 구속 기소한 바 있다.
첫 호남출신 민선 농협회장인 김 회장에 대한 수사가 기소로까지 이어진다면 농협은 역대 민선회장들이 줄줄이 사법처리됐던 뼈아픈 역사를 반복하게 된다.
임기 4년의 농협중앙회장은 비상근직이지만, 조합원 235만명, 자산 400조원, 계열사 31개, 임직원 8만8천여명에 달하는 거대 조직의 수장인 만큼 뒷말과 외풍이 끊이지 않았다.
농협은 1988년 중앙회장을 조합장들의 직접 선거로 뽑기 시작한 이후 4대 최원병 회장을 제외한 1∼3대 민선 회장이 모두 비자금과 뇌물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1대 한호선 회장과 2대 원철희 회장은 각각 비자금 조성 혐의로, 3대 정대근 회장은 서울 양재동 농협 하나로마트 부지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4대 최원병 회장의 경우 형사처벌을 면하고 임기를 무사히 마친 첫 민선회장이 됐지만, 지난해 검찰의 농협비리 수사로 최측근을 비롯한 임직원들이 줄줄이 구속됐다.
김 회장의 소환을 앞두고 농협 관계자들은 긴장하면서도 애써 차분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농협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김 회장에게 적용된 선거법 위반 혐의가 비교적 경미한 사안인 만큼 내부 동요없이 차분하게 검찰수사를 지켜본다는 입장”이라며 “김 회장은 평생 농협 일에 전념해왔고, 선출된 후에도 낮은 자세로 업무에 임하면서 안팎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잘 마무리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농협중앙회장 등의 선거에서 선거일 당일의 선거운동이나 후보자 본인이 아닌 제3자의 선거운동을 금지한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이 지나치게 엄격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농협의 다른 관계자는 “위탁 선거법이 너무 엄격한 것 아니냐 하는 시각도 내부에서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1차 투표에서 탈락한 후보나 사퇴한 후보가 ‘누구를 지지합니다’ 하는 류의 발언도 못 한다는 게 지나치다는 문제의식이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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