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엇박자 논란…공정위 “막판까지 검토 필요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4일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안에 대한 심사 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SK텔레콤 측에 보냈지만 같은 날 오전까지 사실과 다른 해명을 해 논란이다.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4일 오전 SK텔레콤 측에 CJ헬로비전 인수안에 대한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
문제는 발송이 알려진 시점부터 2시간여 전 공정위가 심사보고서 발송이 임박했다는 내용의 보도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는 취지로 해명했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이날 오전 10시께 배포한 해명자료에서 “동 기업결합 건은 심사 중으로 시정조치 방향과 구체적인 내용 등 공정위 입장이나 심사일정은 결정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정위는 같은 시간 인수·합병안에 대한 심사보고서를 SK텔레콤 측에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즉 공정위 한쪽에서 심사보고서 발송이 임박했다는 보도를 부인하는 동안 다른 한쪽에서는 심사보고서 발송을 준비하고 있었던 셈이다.
자기 부처가 이렇게 중대한 일정을 진행중인 걸 모르고 있었는지, 알고도 거짓 해명을 한 건지는 분명하지 않다. 공정위를 포함한 모든 정부 부처에서 해명자료를 낼 때는 부처의 핵심 라인을 모두 거쳐 확인을 받는다는 점에서 어떤 이유에서건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공정위의 인수·합병안 심사가 이미 마무리됐고 심사보고서 발송이 임박했다는 예측은 이미 전날 업계에서 제기됐지만 공정위는 이를 강하게 부인하기도 했다.
공정위 고위관계자는 전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해당 내용은 “사실무근”이라며 “심사보고서 발송이 임박한 것은 아니다. 당장 내일 심사보고서를 발송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 내부에서 이처럼 ‘엇박자’를 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각에서는 공정위의 심사일정 결정 과정에서 외압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그동안 공정위가 인수·합병안 심사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이어가면서 SK텔레콤 측을 중심으로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며 신속한 결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계속돼왔다.
공정위 관계자는 “심사일정이 결정되지 않았다는 것은 심사보고서 발송부터 전원회의 개최까지 포함한 전체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뜻”이라며 “심사보고서 발송 하나만 따로 떼어놓고 말한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전원회의 등 일정을 고려해야 했기 때문에 심사보고서를 언제 발송할지에 대해서는 막판까지 검토가 필요해 임박한 건 아니라고 해명했고, 이후 내부적으로 검토하다가 의외로 금방 결론이 나서 보고서를 발송한 것”이라며 “외압은 전혀 없었다”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심사보고서의 내용에 대해서도 일절 함구하고 있다.
공정위 차원의 최종안은 SK텔레콤 측의 의견을 들은 뒤 전원회의에서 최종 결정되는 만큼 섣불리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사무처가 작성하는 심사보고서는 검찰의 기소장과 같은 성격으로 공정위 사무처와 피심인은 전원회의에서 심사보고서를 중심으로 공방을 벌이게 된다.
검찰이 기소 단계에서 기소장을 일부 공개하는 것과 비교하면 공정위의 비공개 원칙이 지나치다는 지적도 일부 있다.
방송·통신 업계뿐만 아니라 전 사회적으로 관심이 큰 사안에 대해 공정위가 입을 닫으면서 정확하지 않은 소문으로 사회적 혼란만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사무처의 심사안은 전원회의에서 내용이 얼마든지 뒤집힐 수 있기 때문에 지금 단계에서 공개는 맞지 않다”라며 “지금까지 공정위가 심사보고서 내용을 공개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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