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서브프라임 아닌 프라임 채무자 때문에 촉발”

“금융위기, 서브프라임 아닌 프라임 채무자 때문에 촉발”

김태이 기자
입력 2017-11-26 12:34
수정 2017-11-26 12:35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전미경제연구소 논문…기존 연구와 위기 원인 달라 주목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서브프라임 모기지’(저신용자 주택담보대출) 부실이 아닌 중신용 주택투자자의 채무불이행에서 시작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26일 전미경제연구소(NBER)의 ‘신용 증가와 금융위기 : 새로운 내러티브’ 논문에 따르면 금융위기 직전 신용이 낮은 서브프라임 채무자보다 프라임(우량) 채무자의 부채 증가율 및 채무불이행률이 더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2001년부터 2008년까지 저신용 채무자의 부채 증가율은 거의 변화가 없었다.

부동산 시장 붐이 이는 동안 부채를 급격히 늘린 것은 오히려 중·고신용자였다.

특히 중신용자 중에서도 두 건 이상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주택투자자 중심으로 문제가 발생했다.

채무가 급증한 가운데 이들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채무불이행 현상이 번지기 시작한 것이다.

전체 주택투자자 가운데 주택담보대출 연체자 비중은 2006년 중반 10% 수준이었지만 불과 몇 해 만에 급상승했다.

2007년부터 2009년 사이 1분위 신용계층 가운데 연체자 비중은 10%에서 17%로 늘어났다.

반면 2분위는 20%, 3분위는 30%, 4분위는 40%로 치솟았다.

신용 사분위는 신용점수 분포에서 가장 낮은 점수부터 높은 점수까지 4개로 나눈 것으로, 숫자가 높을수록 고신용자를 뜻한다.

즉 신용이 높은 이들의 연체 비율이 높아지면서 금융위기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의미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금융권이 저신용 채무자에게 마구잡이로 돈을 빌려준 뒤 이들의 채무불이행으로 위기가 발생했다는 기존 연구 결과와 상반된 것이다.

NBER 논문은 연령이 낮을수록 신용이 낮다는 점에 주목해 나이 요인을 제외하고 이 같은 결론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를 뒤흔들었던 금융위기가 저신용자가 아니라 여러 건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중산층 주택투자자의 연체에서 비롯됐다는 연구 결과는 최근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있는 한국에도 시사점을 주고 있다.

박춘성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브리프에 이 논문을 인용하면서 “한국의 가계부채는 아직 신용 팽창 단계에 있으므로 개인 수준의 미시 데이터를 구축하고 신용 증가와 연체 상황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사법고시'의 부활...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달 한 공식석상에서 로스쿨 제도와 관련해 ”법조인 양성 루트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과거제가 아니고 음서제가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실질적으로 사법고시 부활에 공감한다는 의견을 낸 것인데요. 2017년도에 폐지된 사법고시의 부활에 대해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1. 부활하는 것이 맞다.
2. 부활돼서는 안된다.
3. 로스쿨 제도에 대한 개편정도가 적당하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