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공사 등 4곳, 옵티머스에 수십억 물려
경조사비 등 써야 할 사내복지기금에서 투자
옵티머스 ‘설계자’의 배우자, 공사 이사 역임
정치권 “직간접적 압박 없었나” 의혹 제기
공사 측 “NH증권이 추천…안전하다 판단”
한국농어촌공사와 한국건설관리공사 등 공공기관 4곳이 문서 위조와 횡령, 사기 등으로 점철된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에 거액을 넣었다가 수십억원을 날린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농어촌공사 등 3곳은 직원들의 장기투병 지원금이나 생활안전자금, 사망 위로금, 경조사비 등으로 써야 할 사내근로복지기금을 이 펀드에 투자했다가 종잣돈 일부를 날렸다.
8일 국회 국민의힘(옛 미래통합당) 사모펀드 비리방지 태스크포스(TF) 소속 이영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와 서울신문의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공공기관 4곳은 올 1월을 전후해 NH투자증권이 판매한 옵티머스 펀드에 자금 80억원을 투자했는데, 지난 6월 이후 환매 중단됐다. 이 가운데 농어촌공사를 포함한 3곳은 사내근로복지기금에서 모두 60억원을 투자했다.
농어촌공사는 사내근로복지기금 280억원 중 30억원을 지난 1월 이후 옵티머스 펀드 34호(10억원)와 40호(20억원)에 부었다. 두 펀드 모두 6개월 뒤 상환될 예정이었지만 옵티머스운용의 사기 행각 탓에 환매가 중단됐다. 농어촌공사는 기관의 연간 순이익(세전 기준)의 5% 이내를 출연해 복지기금을 조성하고 이 돈을 굴려 임직원 6000여명의 복지에 쓴다. 농어촌공사가 손실 본 액수는 지난해 직원들의 장기투병 지원금(2350만원), 축의금·조의금·출산지원금 등 경조사비(2억 8280만원)를 합친 액수의 10배에 달한다.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NH투자증권의 광주WM센터가 추천해 줬는데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하는 펀드라고 해 안전할 것으로 판단했다”며 “우리도 사기의 피해자”라고 말했다.
건설관리공사도 사내 잉여자금을 옵티머스 펀드에 넣었다가 20억원을 잃었다. 이 기관은 지난 7월 자체 감사에서 예적금 대신 투자 위험성이 큰 채권형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과정에 업무상 과실이 있다고 의심해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반면 농어촌공사는 금감원이 옵티머스 사건을 검사하고 있고, 형사재판도 진행 중이라 상황을 지켜본 뒤 손해배상 소송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농어촌공사는 직원들에게 손실 사실을 공식적으로 알리지 않았다.
●왜 옵티머스에 투자를?…정치권 “직간접적 압박 의심”-농어촌공사 “아니다”
공공기관들이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한 경위를 놓고 정황상 석연찮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사내근로복지기금의 상당액을 이 펀드에 넣었다가 날린 농어촌공사의 투자 배경을 두고는 정치권 등에서 의혹이 제기된다.
정치권과 금융계 등에 따르면 옵티머스 펀드 사기극의 ‘설계자’ 가운데 한명으로 지목돼 재판을 받고 있는 윤모(43·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 옵티머스자산운용 이사의 배우자인 이모(36) 변호사는 2018년 6월부터 1년 4개월 간 농어촌공사의 비상임이사로 일했다. 애초 임기는 2년이었지만 지난해 10월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옮기며 사임했다. 이후 옵티머스 펀드가 환매 중단되며 문제가 커지자 청와대에서 나왔다.
이 변호사는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주주이기도 했다. 또 국민의힘(옛 미래통합당)은 이 변호사가 남편 윤 이사와 함께 옵티머스 펀드 자금을 활용해 코스닥 상장사인 해덕파워웨이를 무자본 인수합병(M&A)하는 과정에 개입해 소액주주들에게 피해를 준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해 왔다. 서울중앙지검은 이 변호사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지만 지난 7월 옵티머스 사건 수사를 일단락하고 재판에 넘길 때 피의자에 포함시키지는 않았다.
일각에서는 이 변호사의 직간접적인 영향으로 농어촌공사가 사내근로복지기금 30억원을 옵티머스 펀드에 무리하게 투자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사모펀드 문제에 밝은 한 변호사는 “사내복지기금 특성상 이 자금은 원금 손실 가능성이 아예 없는 예금이나 금리가 현격히 낮은 우량채 등에 투자하는 게 맞다”면서 “아무리 안전한 사모펀드라고 해도 기본적으로 원금 손실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사모펀드 비리방지 태스크포스(TF) 소속 이영 의원은 “옵티머스 투자 건에 전직 청와대 행정관의 연관 의혹이 또 제기된 건 우연으로만 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농어촌공사 측은 금융사 7곳으로부터 투자 상품을 추천받아 안전하면서 수익률도 기대할 수 있는 상품을 고른 것이 옵티머스 펀드였다고 밝혔다.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투자처는 노사 대표가 2명씩 들어가는 사내기금 이사회에서 결정하는 것이라 외부 압력이 작용할 수 없는 구조”라면서 “우리가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한 시점은 올 1월로 이 변호사가 비상임이사를 그만둔 이후”라고 주장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옵티머스가 원래 운용사 제안대로라면 굉장히 안정적인 상품이라 농어촌공사에 추천했다”고 말했다.
윤연정 기자 yj2gaze@seoul.co.kr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경조사비 등 써야 할 사내복지기금에서 투자
옵티머스 ‘설계자’의 배우자, 공사 이사 역임
정치권 “직간접적 압박 없었나” 의혹 제기
공사 측 “NH증권이 추천…안전하다 판단”
서울 강남구 옵티머스자산운용 본사의 모습. 뉴스1
8일 국회 국민의힘(옛 미래통합당) 사모펀드 비리방지 태스크포스(TF) 소속 이영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와 서울신문의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공공기관 4곳은 올 1월을 전후해 NH투자증권이 판매한 옵티머스 펀드에 자금 80억원을 투자했는데, 지난 6월 이후 환매 중단됐다. 이 가운데 농어촌공사를 포함한 3곳은 사내근로복지기금에서 모두 60억원을 투자했다.
농어촌공사는 사내근로복지기금 280억원 중 30억원을 지난 1월 이후 옵티머스 펀드 34호(10억원)와 40호(20억원)에 부었다. 두 펀드 모두 6개월 뒤 상환될 예정이었지만 옵티머스운용의 사기 행각 탓에 환매가 중단됐다. 농어촌공사는 기관의 연간 순이익(세전 기준)의 5% 이내를 출연해 복지기금을 조성하고 이 돈을 굴려 임직원 6000여명의 복지에 쓴다. 농어촌공사가 손실 본 액수는 지난해 직원들의 장기투병 지원금(2350만원), 축의금·조의금·출산지원금 등 경조사비(2억 8280만원)를 합친 액수의 10배에 달한다.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NH투자증권의 광주WM센터가 추천해 줬는데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하는 펀드라고 해 안전할 것으로 판단했다”며 “우리도 사기의 피해자”라고 말했다.
건설관리공사도 사내 잉여자금을 옵티머스 펀드에 넣었다가 20억원을 잃었다. 이 기관은 지난 7월 자체 감사에서 예적금 대신 투자 위험성이 큰 채권형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과정에 업무상 과실이 있다고 의심해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반면 농어촌공사는 금감원이 옵티머스 사건을 검사하고 있고, 형사재판도 진행 중이라 상황을 지켜본 뒤 손해배상 소송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농어촌공사는 직원들에게 손실 사실을 공식적으로 알리지 않았다.
●왜 옵티머스에 투자를?…정치권 “직간접적 압박 의심”-농어촌공사 “아니다”
공공기관들이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한 경위를 놓고 정황상 석연찮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사내근로복지기금의 상당액을 이 펀드에 넣었다가 날린 농어촌공사의 투자 배경을 두고는 정치권 등에서 의혹이 제기된다.
옵티머스자산운용 경영진 영장실질심사
(서울=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옵티머스자산운용의 펀드사기 의혹으로 수사를 받는 이사 윤모씨(오른쪽)와 송모씨가 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0.7.7
이 변호사는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주주이기도 했다. 또 국민의힘(옛 미래통합당)은 이 변호사가 남편 윤 이사와 함께 옵티머스 펀드 자금을 활용해 코스닥 상장사인 해덕파워웨이를 무자본 인수합병(M&A)하는 과정에 개입해 소액주주들에게 피해를 준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해 왔다. 서울중앙지검은 이 변호사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지만 지난 7월 옵티머스 사건 수사를 일단락하고 재판에 넘길 때 피의자에 포함시키지는 않았다.
일각에서는 이 변호사의 직간접적인 영향으로 농어촌공사가 사내근로복지기금 30억원을 옵티머스 펀드에 무리하게 투자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사모펀드 문제에 밝은 한 변호사는 “사내복지기금 특성상 이 자금은 원금 손실 가능성이 아예 없는 예금이나 금리가 현격히 낮은 우량채 등에 투자하는 게 맞다”면서 “아무리 안전한 사모펀드라고 해도 기본적으로 원금 손실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사모펀드 비리방지 태스크포스(TF) 소속 이영 의원은 “옵티머스 투자 건에 전직 청와대 행정관의 연관 의혹이 또 제기된 건 우연으로만 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농어촌공사 측은 금융사 7곳으로부터 투자 상품을 추천받아 안전하면서 수익률도 기대할 수 있는 상품을 고른 것이 옵티머스 펀드였다고 밝혔다.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투자처는 노사 대표가 2명씩 들어가는 사내기금 이사회에서 결정하는 것이라 외부 압력이 작용할 수 없는 구조”라면서 “우리가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한 시점은 올 1월로 이 변호사가 비상임이사를 그만둔 이후”라고 주장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옵티머스가 원래 운용사 제안대로라면 굉장히 안정적인 상품이라 농어촌공사에 추천했다”고 말했다.
윤연정 기자 yj2gaze@seoul.co.kr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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