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대북지원 어떻게 해야 하나/장성호 배재대 정치외교학 교수

[시론] 대북지원 어떻게 해야 하나/장성호 배재대 정치외교학 교수

입력 2010-12-06 00:00
수정 2010-12-06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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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나라가 북한의 연평도 공격으로 혼란스럽다. ‘일하면서 싸우고, 싸우면서 건설한다.’는 우리네 과거 1960년대식 표어처럼, 우리 처지는 북한 정권의 도발적 공격에 맞서 싸우면서 동족인 북한 주민의 도탄지고(塗炭之苦)를 간과할 수는 없는 이중적 위치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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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호 배재대 정치외교학 교수
장성호 배재대 정치외교학 교수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대북 지원은 상호주의와 선택과 집중의 원칙에 입각한 대북 지원정책에 따라 일관되게 진행되어 왔다. 민간단체를 통한 영유아 지원(105억 2000만원), 국제 NGO를 통한 말라리아 예방 영유아 지원(216억원), 지난해 12월 북한에 발생한 신종플루 치료제 및 손소독제 등을 긴급지원하는 등 정부 차원의 인도적인 대북 지원은 계속 추진되었다.

취지는 공감하지만 우리가 지원하는 각종 물자들이 실질적으로 북한 주민들의 삶을 개선하기보다는 군수품으로 전용되거나 북한 고위층의 품위 유지용으로 사용될 개연성이 높다는 데 문제가 있다. 이는 지난 정권부터 대북 지원의 실질적 효과와 관련해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부분이다. 특히 과거 10년간 약 2조 7000억원 상당의 대북 지원이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북한 주민들의 생활에는 어떠한 변화도 일어나지 않고 있으며 기본적인 의식주마저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우리의 대북 지원이 북한 정권의 핵무기, 미사일, 대량살상무기(WMD) 등과 같은 군사 목적 및 북한 지도층의 사치와 권력 유지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 당위성이 흔들리고 있다.

특히, 천안함 피격으로 우리 군 46명의 희생자가 발생함으로써 이와 같은 우려는 현실화되었지만, 오히려 북한은 ‘국방위의 검열단 진상공개장’을 통해 천안함 침몰 원인을 어뢰 공격이 아닌 좌초로 몰아가며 천안함 사태의 진상을 호도하는 데 급급하고 있다. 급기야는 북한이 서해 연평도에 정전 이후 처음으로 전쟁 수준의 해안포 공격을 감행함으로써 김정일·김정은 3대 세습 독재체제의 실체를 만천하에 드러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민간단체의 대북 쌀지원 등 향후 지원이 정당한지에 대해 정부와 유관 기관은 초심으로 돌아가 심사숙고해야 한다. 언제까지 북한의 후안무치(厚顔無恥)한 행동을 보면서도 끌려가는 일방적인 대북 지원을 계속해야 하는가. 대북 지원에 대한 북한의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고서는 이러한 문제들은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다.

현재 우리 국민 중에서 극빈층을 포함해 기초생활수급자만 약 160만명에 이르고 결식아동 100만여명 중 40여만명은 정부의 지원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국내의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혈세를 통해 대북 지원이 이루어지는 만큼, 앞으로 투명성이 담보되지 않은 맹목적인 대북 지원은 자제함이 마땅하다. 다행히 정부는 최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안보경제점검회의에서 우선적으로 민간단체의 향후 대북 지원을 엄격히 검토하기로 하였다.

연평도 군사 도발을 계기로 정부는 지난 10년 동안의 단순한 대북 지원이 어떠한 문제와 결과를 가져왔는지 원점에서 재평가하고, 이에 대한 새로운 대처와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다시 말해 북한 당국의 궁극적인 개방과 북한 주민에게 직접 혜택을 줄 수 있는 공세적이고 구체적인 대북지원전략을 수립하여 시행해야 한다. 차제에 여러 가지 한계가 있는 1차적인 직접 지원보다는 궁극적으로 북한의 개방을 통한 경제적인 인프라 구축과 북한 주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근본적인 방향으로 대북 지원 방식을 전환해야 한다. 그리하여 거시적인 자세로 남북통일 이후를 준비하자.

유대인들은 물고기를 잡아주기보다는 잡는 법을 가르친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리하여 남북관계의 중차대한 격변기에 새로운 남북관계의 대비와 대북지원과 관련한 우리 내부의 분열을 지양하고, 국민 모두의 역량을 결집해 통일된 미래한국을 대비해야 한다.
2010-12-0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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