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킬러다
하얀 구두를 신은 푸른 수염의 고독한 사냥꾼이다
그리운 敵이 없다
늠름한 敵이 없다
결단하듯 넥타이를 맨 패배뿐이다
이십오 년 전 밤 그때도 검은 눈이 내렸단다 태양의 중심부를 향해 새들이 부리를 박았지만 빛은 쏟아지지 않았단다
(중략)
나는 킬러이기에
우상을 거부하며
총을 쏜 자보다 총을 쏜 자의 배후를 의심한다
촛불의 원리로
혁명이라는 한 점을 향하여 한 점을 저격한다
교묘하게 흘러가는 잿빛 구름들
번개를 의심하라 구름의 방향을 바꾸어야 한다
그림자 위로 내리꽂히는 햇빛
침묵을 깬 통증이 빛난다
희다
2012-05-19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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