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를 읽다가/서정홍
얼마나 슬픈 일이 있는 것일까?
보름째 하염없이 비가 내리는 늦여름
책방에서 사천 원 주고 산
오래된 시집 속에
배우고 깨칠 게 하도 많아
사만 원 주고 사도아깝지 않겠구나 싶다.
그럴 때는, 문득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 찾아온다.
그 마음 그대로 시인에게 전화를 걸어
시인이 쓴
짧은 시 한 편 읽어 드리고 싶다.
찬 서리
나무 끝을 나는 까치를 위해
홍시 하나 남겨 둘 줄 아는
조선의 마음이여
2012-06-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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