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입학사정관 전문성은 덮어두면 되나/황수정 정책뉴스부 차장

[데스크 시각] 입학사정관 전문성은 덮어두면 되나/황수정 정책뉴스부 차장

입력 2013-05-14 00:00
수정 2013-05-14 00:06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이미지 확대
황수정 정책뉴스부 차장
황수정 정책뉴스부 차장
지난달 감사원이 발표한 ‘창의교육 시책 추진 실태’는 예상만큼 큰 논란을 낳았다. 몇달에 걸쳐 진행된 감사가 초점을 맞춘 쪽은 입학사정관제(입사제). 입사제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는 처음이었다. 노무현 정부가 도입해서 이명박 정부가 실행한 제도는 한마디로 ‘실패’라는 진단서가 나왔다. ‘마음대로 수정된 생활기록부, 짜깁기된 교사추천서’에 주목한 언론과 여론은 일선 고등학교로 뭇매를 돌렸다. 입사제가 제대로 굴러가지 못하는 일차적인 책임이 마치 고교의 부정 행태인 듯 착각될 정도였다.

그러나 드러난 진실은 반쪽짜리였을 뿐이다. 307쪽 분량의 감사 내용을 찬찬히 들춰보면 사정이 달라진다. 듣기만 해도 군침이 돌 만큼 빛나는 취지로 출발했던 입사제가 얼마나 허술하게 굴러가고 있는지, 우리 아이들이 헐렁하기 짝이 없는 정책에 얼마나 속수무책으로 미래를 맡겨야 하는 것인지 기가 막힌다.

방대한 감사 내용에 묻혀 제대로 문제 제기되지 못한 채 넘어간 대목은 입학사정관의 전문성이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에서 입사제를 도입해 정부의 지원을 받은 66개 대학 입학사정관들의 전문성도 들여다봤다. 그 결과, 전체 사정관 618명 가운데 대학에서 언제 ‘아웃’될지 모르는 비정규직으로 재직하는 인원이 절반을 훌쩍 넘는 352명(57%). 사정이 이러하니 입사제를 적극 활용하는 30개 주요 대학 사정관들의 평균 재직기간은 고작 1.56년으로 2년이 채 되지 못했다. 노하우를 쌓아 전문성을 발휘하기는커녕 신분이 불안정한 사정관들은 끊임없이 더 나은 일자리를 넘볼 수밖에 없다. 평균 이직률이 48.7%나 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지침을 어기고 사교육업체에 취업한 전·현직 사정관도 9명이나 적발됐다. 그러나 이들을 처벌할 장치는 전무하다.

현행 입사제는 짧게는 고교 3년, 길게는 초등학교 때부터 전략을 짜서 준비해야 한다. 이 대목에서 입학사정관 한 사람이 감당하는 지원자 수를 따지면 또 허탈해진다. 30개 주요 대학의 전임 사정관 한 명이 심사를 맡는 지원자는 평균 354명. 모 대학의 경우 전임 사정관 한 명이 담당해야 하는 지원자는 무려 687명으로, 평가를 한 달간 주 5일 하루 8시간씩 실시한다고 가정했을 때 지원자 한 명에 대한 심사시간은 고작 27분이었다.

안타깝지만 현실이다. 현행 입사제로는 내 아이가 정확히 어디가 모자라 불합격했는지, 옆집 아이는 어째서 붙었는지 알 길이 없다. 그저 사정관의 ‘처분’에 아이의 장래를 통째로 맡기는 제도다. 감사 결과에는 상당수 대학이 전임이 아닌 위촉 사정관에게는 권장시간(30시간)만큼의 기본교육조차 시키지 않고 있다는 내용도 있었다. 내신성적 챙기는 건 기본이고 며느리도 정답을 모르는 스펙쌓기 전쟁에 그야말로 ‘멘붕’인 학부모, 학생들에게는 참담한 얘기다.

올해 교육부는 전국 66개 대학에 입학사정관 역량 강화 지원사업으로 395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예산 밀어넣기가 능사일 수는 없다.

입사제가 도입된 지 6년째다. 제도를 없앨 요량이 아니라면 입학사정관의 자질과 전문성 확보에 비상을 걸어야 할 때다. 제대로 처우를 해주되 학원 취업 등 지침을 어기면 처벌할 수 있는 엄중한 법적 근거도 만들어야 한다.

sjh@seoul.co.kr

2013-05-14 3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총 13조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하기로 하자 이를 둘러싸고 소셜미디어(SNS) 등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경기에 활기가 돌 것을 기대하는 의견이 있는 반면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소비쿠폰 거부운동’을 주장하는 이미지가 확산되기도 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