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이란 감독의 잘못 제대로 따지자/임병선 체육부 부장급

[오늘의 눈] 이란 감독의 잘못 제대로 따지자/임병선 체육부 부장급

입력 2013-06-20 00:00
수정 2013-06-20 00:26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이미지 확대
임병선 체육부 부장급
임병선 체육부 부장급
분노가 가라앉으니 한국축구가 참 우습게 보였다는 자책이 들었다.

18일 밤 이란에 또 치욕적인 0-1 패배를 당하며 2014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A조 1위를 이란에 양보한 직후,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은 최강희 대표팀 감독을 향해 ‘감자주먹’을 날렸다. 그가 한국에 발을 딛기 전부터 내뱉었던 거친 언사들과 겹쳐졌다.

패장(敗將)을 향해 그런 무람한 행동을 저지른 것에 대한 분노가 치솟았다. 그런데 한국축구가 어쩌다 이런 지경에 이르렀을까.

국제축구연맹(FIFA)이 파견한 모하메드 무자밀 경기감독관은 케이로스 감독이 한국팀 벤치 쪽으로 달려와 저지른 이 행동을 모두 지켜봤다며 경기보고서에 올리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대한축구협회 관계자가 전했다. 축구협회는 일단 이 보고서가 올라가는 과정을 지켜본 뒤 별도의 대응을 고려하기로 했다.

케이로스 감독은 공식 기자회견에서 이런 짓을 벌인 이유를 묻는 질문에 “승리한 기쁨에 하게 됐다. (한국이) 축구에 대해 너무 진지하게 임하고 있다. 함께 즐기자는 생각으로 임했다”고 답해 듣는 이의 귀를 의심하게 만들었다.

이것만이 아니었다. 우즈베키스탄 유니폼을 입은 최 감독 사진이 실린 티셔츠를 케이로스 감독과 이란 선수들이 입은 사진이 경기 전 인터넷에 나돌아 누군가 합성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뒤따랐다. 그런데 그는 너무도 당당하게 유니폼을 입은 채 사진을 찍었다고 인정했다.

나아가 “상대 벤치에서 한 것과 티셔츠를 입은 것 모두 내가 한 일이다. 경기를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한국 취재진은 여러 문제를 만드는 것 같다. 상대 감독을 존중하지 않고 예의를 갖추지 않는다”고 적반하장식 언사를 늘어놓았다.

세계 여섯 번째로 이룬 월드컵 8회 연속 진출을 축하하는 출정식에 도열한 대표팀 선수들은 죄인처럼 고개를 들지 못했고 초대된 가수들 역시 흥이 날리 만무했다. 개장 12년 만에 울산문수축구경기장 4만 4000여석을 처음으로 모두 채웠던 관중들은 출정식을 외면했고 일부 관중은 이란 선수단을 향해 물병과 맥주캔을 던졌다.

축구협회가 여러 잘못된 일의 갈래들을 정리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케이로스 감독의 잘못한 행동에 응당한 책임을 묻는 일이다. FIFA의 움직임만 지켜보지 말고 우리가 정식 제소하는 방안까지 고려해야 한다.

bsnim@seoul.co.kr

2013-06-20 28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총 13조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하기로 하자 이를 둘러싸고 소셜미디어(SNS) 등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경기에 활기가 돌 것을 기대하는 의견이 있는 반면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소비쿠폰 거부운동’을 주장하는 이미지가 확산되기도 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