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세월호와 기업문화/임홍재 유엔 글로벌콤팩트 사무총장

[기고] 세월호와 기업문화/임홍재 유엔 글로벌콤팩트 사무총장

입력 2014-05-19 00:00
수정 2014-05-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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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홍재 유엔 글로벌콤팩트 사무총장
임홍재 유엔 글로벌콤팩트 사무총장
세월호 참사는 청해진해운의 노후화된 선박 개조 및 무리한 화물 적재와 승객 탑승 등 인명을 염두에 두지 않은 처사로 지탄받아 마땅하다. 세월호 선박회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원칙과 절차를 무시하고 사람의 생명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돈 버는 데만 몰두한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참사는 사람을 중심에 두어야 할 기업의 사회책임 경영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깨닫게 한다.

많은 기업들은 정상적인 방법으로 이윤을 창출하고 있지만, 탈법과 불법을 일삼으며 돈을 버는 기업도 많다. 세월호를 소유한 기업이 바로 이러한 사례이다.

반면, 국민의 칭찬을 받는 기업들도 있는데, 그런 기업은 전략과 운영에서 사람을 중심에 두는 기업이다. 사람을 먼저 고려하는 경영은 기업에 당장은 부담이 될 수도 있으나 중장기적인 기업의 경쟁력 제고에는 필수불가결하다. 기업이 사람을 중심에 두는 기업 철학과 문화를 경영의 핵심으로 삼고 소비자, 직원, 투자자, 지역사회 등 이해 당사자들에게 지속 가능한 가치를 창출할 때 기업은 신뢰를 얻어 경쟁력을 확보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뤄낼 수 있다.

세월호 사건으로 우리 사회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자성론이 제기되고 있다. 제도와 규정을 새로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을 우선으로 하는 기업 문화와 철학, 그리고 운영이 더욱 강조되어야 한다. 사회가 이렇게 가기 위해서, 사회 내 막대한 영향력과 파워를 가진 기업이 먼저 변해야 한다.

기업 스스로 변하려면 높은 수준의 가치와 원칙을 내재화하는 기업문화가 필요하다. 유엔은 민간기업과의 협약을 통해 기업이 전략수립과 운용의 모든 단계에서 인권, 노동, 환경, 반부패 등 4대 핵심분야의 10대 원칙을 경영에 통합함으로써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수행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유엔이 권고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당장의 이윤보다 사람과 하나밖에 없는 지구를 중심에 두는 지속 가능한 경영이 핵심이다. 기업이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책임을 견인하는 중요한 주체로 인식되고, 책임 있는 비즈니스를 해야 한다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유수기업을 포함해 1만여 개의 기업들이 유엔글로벌콤팩트(UNGC) 원칙을 수용하고 기업 경영에 도입하고 있다.

고귀한 생명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사회 전반의 변화, 특히 우리 기업들이 사람을 중심에 두는 윤리와 도덕을 회복하고, 사회적 책임에 더욱 힘써야 할 것이다.
2014-05-1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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