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일 사람과 향기] 훌륭한 어머니들을 다시 기대하며

[김병일 사람과 향기] 훌륭한 어머니들을 다시 기대하며

입력 2014-12-08 00:00
수정 2014-1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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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일 도산서원 선비문화수련원 이사장
김병일 도산서원 선비문화수련원 이사장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위대한 인물 뒤에는 훌륭한 어머니가 있었다.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는 이와 관련된 너무나 유명한 고사다. 태어난 지 7개월 만에 아버지를 여읜 퇴계 선생도 홀로 되신 어머니가 어려운 생활 속에서 몸소 보여 주시는 훈도에 영향을 크게 받았다고 술회했다. 이는 옛날만의 일이 아니다. 2년 전 일반의 예상을 깨고 의사로서 세계은행 수장 자리에 오른 김용 총재도 어릴 때부터 자신의 이야기를 존중하며 대화 상대자가 돼 주신, 세계적인 퇴계학 연구자인 어머니 전옥숙 여사의 영향이 오늘의 자신을 있게 한 원동력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한 사람의 인생에서 어머니의 영향은 왜 이렇듯 중요할까.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처럼 어릴 때 가정에서 보고 배운 어머니의 행동들이 그 사람의 평생에 걸친 삶의 습관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볼 때 한국의 부모, 특히 어머니들의 교육열은 다시 새겨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교육열은 우리 사회가 단기간에 큰 발전을 이룩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와 같은 성과들을 무색하게 하는 현상들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자못 심각하게 발생하고 있다. 올해 어린이·청소년(초4~고3) 행복지수 국제비교조사에 의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우리나라가 6년째 최하위다. 또 다른 조사에 의하면 우리 아동의 삶의 질 만족도 역시 OECD 국가 중 최하위다. 어른들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10년째 OECD 국가 중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가 우리나라다. 특히 노인 자살률은 매년 높아지고 있는데, 자살 충동을 느낀 노인들의 85%가 자녀를 포함한 가족으로부터 받는 학대가 주된 원인이라고 응답했다. 우리 자녀 교육열의 어두운 면을 보여 주는 상징적인 지표들이다. 자녀 교육열이 높은 우리나라에 왜 이러한 문제들이 일어날까? 지식 교육에만 몰두하고 인성교육을 소홀히 하는 것이 핵심이다. 자기 몸값을 올리기 위한 지식 교육보다 더 중요한 것이 남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인성 교육이다. 이것이 잘못되면 그 폐해가 본인은 물론 가정과 사회의 불행으로 고스란히 나타난다. 세상은 혼자 살아가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요즈음 고3, 중3 학생들이 입시를 치렀거나 눈앞에 두고 있다. 그런데 시험 자체를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시험이 끝나면 결과와 상관없이 학생들이 목표 의식을 잃고 방황하거나 탈선하는 경우가 많다. 100세 장수시대에 인생의 5분의1도 채 살지 않은 아이들에게 매우 우려스러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을 해결하려면 아이들에게 나는 누구이며, 무엇을 향해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할 기회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필자가 몸담은 선비수련원도 이 문제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지난달 중순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끝낸 고3 교실을 찾아가 학생들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지식도 필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남에게 존경받는 삶이 가장 중요함을 일깨우고, 인성이 바른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함께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내용이다. 반응이 아직 만족스러운 정도는 아니지만, 중3 교실까지 포함해 예상 외로 많은 학교에서 신청하고 있어 기대를 하게 한다.

이에 앞서 얼마 전부터는 학부모를 수련원에 직접 모시거나 학교로 찾아가는 일도 시작했다. 아이들을 반듯하게 키우고 학부모 자신도 행복한 삶을 누리려면 지식 교육보다 인성 교육이 얼마나 중요하며, 어떻게 솔선해야 하는지를 함께 고민하는 프로그램이다. 참가한 학부모 어머니들은 표정이 금방 진지해지며 반응도 어느 수련생보다 뜨겁다. 이러한 열기가 일상의 실천으로 이어져 모두 훌륭한 어머니가 되시기를 진정으로 기원한다. 자식들이 살아가면서 평생 본으로 삼는 어머니들이 많아지는 사회, 더디지만 더 좋은 사회로 가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2014-12-0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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