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시아와의 전쟁이 끝난 후 그리스 도시국가들은 아테네와 스파르타를 주축으로 양분돼 내전을 벌였다. 27년간 계속된 펠로폰네소스 전쟁(기원전 431~404년)이었다. 동맹의 반대 진영 국가를 상대로 한 전투가 잦았던 당시 청년들은 중장보병 또는 기병으로 전투에 자주 참전해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자유 시민에게 최고의 화두는 조국의 승리와 자신의 생존이었다.
혼돈의 시대에 조국의 안위와 가문의 영광을 위해 청년들에게 필요한 덕목은 용기였다. 적과 싸워 이길 수 있는 전투술과 불굴의 의지가 요구됐다. 부모들은 용맹한 청년을 어떻게 길러 내야 할지 고민했다. 두 부모가 두 장군에게 자녀 교육에 대해 조언을 구하는 자리에 소크라테스가 참여해 나눈 이야기가 플라톤(기원전 428?~347?)의 대화편 ‘라케스’에 담겼다.
장군 니키아스는 자유인이라면 중무장술과 전투술을 배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전쟁에서든 모든 상황에서든 두려워할 것들과 대담하게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앎”이 용기라고 말한다. 반면에 장군 라케스는 “대오를 지키면서 적들을 막아 내고자 도망치지 않는다면 그는 용감한 사람”이라며, 굳이 특별한 전투 기술을 따로 배울 필요는 없다고 반박한다.
소크라테스는 대립되는 두 장군의 의견 모두 일면의 타당성만 갖고 있다고 보고 중재에 나섰다. 그는 쾌락, 고통, 욕구, 무서움 속에서 어떤 이는 용기를, 어떤 이는 비겁함을 갖게 된다면서 현명한 인내가 진정한 용기일 수 있다고 말한다. 어리석은 만용과 인내심은 수치스럽고 해로운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도 용기를 한마디로 정의 내리지 않고 있다. 그는 “두려움을 주는 것들이 두려워할 것들이고, 두려움을 주지 않는 것들은 대담하게 할 수 있는 것들”이라며, 이를 명확하게 분별하고 그에 걸맞은 행동을 하는 것을 용기라고 생각했다. 중요한 것은 “두려워할 것들과 그러지 않을 것들에 조심스럽게 대처하는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시대마다 용기의 초점이 다를 수는 있다. 용기란 무엇을 대상으로 하든 두려움을 이겨 내야 할 상황을 간파하고, “영혼의 인내”를 바탕으로 극복해야 할 대상에 맞서 두려움을 이겨 내며 고통을 감내하는 실천적 행동이 아닐까. 취업난에 분투하는 청년들, 경제난의 곤경에 처한 기업가들, 비전과 역량을 갖춘 리더 부족으로 혼돈을 겪는 정치가들 모두 각자 이 시대에 필요한 용기가 무엇인지 고민해 봐야 할 때다.
박경귀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통합기획단장 kipeceo@gmail.com
혼돈의 시대에 조국의 안위와 가문의 영광을 위해 청년들에게 필요한 덕목은 용기였다. 적과 싸워 이길 수 있는 전투술과 불굴의 의지가 요구됐다. 부모들은 용맹한 청년을 어떻게 길러 내야 할지 고민했다. 두 부모가 두 장군에게 자녀 교육에 대해 조언을 구하는 자리에 소크라테스가 참여해 나눈 이야기가 플라톤(기원전 428?~347?)의 대화편 ‘라케스’에 담겼다.
장군 니키아스는 자유인이라면 중무장술과 전투술을 배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전쟁에서든 모든 상황에서든 두려워할 것들과 대담하게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앎”이 용기라고 말한다. 반면에 장군 라케스는 “대오를 지키면서 적들을 막아 내고자 도망치지 않는다면 그는 용감한 사람”이라며, 굳이 특별한 전투 기술을 따로 배울 필요는 없다고 반박한다.
소크라테스는 대립되는 두 장군의 의견 모두 일면의 타당성만 갖고 있다고 보고 중재에 나섰다. 그는 쾌락, 고통, 욕구, 무서움 속에서 어떤 이는 용기를, 어떤 이는 비겁함을 갖게 된다면서 현명한 인내가 진정한 용기일 수 있다고 말한다. 어리석은 만용과 인내심은 수치스럽고 해로운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도 용기를 한마디로 정의 내리지 않고 있다. 그는 “두려움을 주는 것들이 두려워할 것들이고, 두려움을 주지 않는 것들은 대담하게 할 수 있는 것들”이라며, 이를 명확하게 분별하고 그에 걸맞은 행동을 하는 것을 용기라고 생각했다. 중요한 것은 “두려워할 것들과 그러지 않을 것들에 조심스럽게 대처하는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시대마다 용기의 초점이 다를 수는 있다. 용기란 무엇을 대상으로 하든 두려움을 이겨 내야 할 상황을 간파하고, “영혼의 인내”를 바탕으로 극복해야 할 대상에 맞서 두려움을 이겨 내며 고통을 감내하는 실천적 행동이 아닐까. 취업난에 분투하는 청년들, 경제난의 곤경에 처한 기업가들, 비전과 역량을 갖춘 리더 부족으로 혼돈을 겪는 정치가들 모두 각자 이 시대에 필요한 용기가 무엇인지 고민해 봐야 할 때다.
박경귀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통합기획단장 kipeceo@gmail.com
2016-06-08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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