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Nature Diary/안광식 · 카니발식 사랑/김경후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Nature Diary/안광식 · 카니발식 사랑/김경후

입력 2017-10-27 22:26
수정 2017-10-27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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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광식 ‘Nature Diary’, 91×71.7㎝, 캔버스에 석채.
안광식 ‘Nature Diary’, 91×71.7㎝, 캔버스에 석채. 대구예술대 서양화과·대구가톨릭 미술교육대학원 졸업, 선화랑·아인갤러리·현대아트갤러리 등서 개인전.


카니발식 사랑/김경후

너를 사랑한다는 건 너를 먹는 일

두 눈과 두 발이 아닌

위가 하는 일

마시고 삼킨다

갯벌지렁이 같은 너를

개흙 같은 내가 들이켠다

너를 사랑한다는 건 너를 먹는 일

너를 씹고 너와 뒤섞이며

개흙 속에 썩고 녹아버리는 일

번개와 벼락 작살 아래 부서질 때까지

나의 위가 하는 일

밤새도록 너를 마시고 삼키고 들이켜는 일

위태로운 내가 위선적으로

나만을 위로하는 일

그게 너를 사랑하는 일

너를 먹는 일

먹고 마시고 뒤틀리는 일

또는 너로 나는 죽어버리는 일

김수영이 복사씨와 살구씨가 미쳐 날뛰는 사랑을 노래한다면, 김경후는 개흙이 갯지렁이를 삼키고 들이켜는 사랑을 노래한다. 사랑은 마시고, 삼키고, 들이켜는 일이다. ‘밀당’을 하고, ‘썸’을 타는 것은 사랑이 아니다. 이해타산에 따라 제 감정을 더하고 빼는 일을 어찌 사랑이라고 할 수 있는가. 사랑은 처절하다. 너를 사랑하는 일은 너를 먹고 마시는 것. 사랑은 광기와 착란과 엉뚱함에 취해 빚어지는 달콤한 사태다. 사랑을 하려거든 살 한 점 남김없이, 뼈 한 조각 남김없이 “번개와 벼락 작살 아래 부서질 때까지” 사랑하라. 그래야 사랑을 했다고 할 수 있으리라.

장석주 시인
2017-10-28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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