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 우리말] ‘밤새‘와 ‘금세’/오명숙 어문부장

[똑똑 우리말] ‘밤새‘와 ‘금세’/오명숙 어문부장

오명숙 기자
입력 2020-12-30 20:04
수정 2020-12-31 0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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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엔 아무리 추운 날에도 밖에 나가 놀았다. 꽁꽁 언 논에서 썰매를 타거나 팽이치기를 하고 처마 끝 고드름을 따 먹기도 했다. 밤새 쌓인 눈밭엔 발자국으로 꽃잎을 새겨 넣거나 커다란 눈사람을 만들어 두었다. 바닥에 닿기 무섭게 금세 녹아버려 요새는 소복이 쌓인 눈 세상을 구경하기가 쉽지 않다.

‘밤새’는 ‘밤사이’의 준말이다. ‘밤이 지나는 동안’이란 뜻이다. ‘이제까지의 매우 짧은 동안’이란 뜻의 ‘요새’도 ‘요사이’가 줄어든 것이다. ‘그새’ 또는 ‘고새’란 말도 있다. ‘그사이’와 ‘고사이’가 줄어든 것으로, ‘조금 멀어진 어느 때부터 다른 어느 때까지의 비교적 짧은 동안’을 이른다. ‘이사이’가 줄어든 것으로 ‘이제까지의 비교적 짧은 동안’을 이르는 말인 ‘이새’도 있다.이들 단어의 ‘새’는 모두 ‘사이’를 줄여 쓴 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쯤 되면 ‘지금 바로’를 이르는 말도 ‘금새’가 옳다고 여기기 쉽다. ‘곧’을 뜻하는 ‘금’(今)과 ‘사이’가 줄어든 말인 ‘새’가 결합한 구조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금새 약 효과가 나타났다”, “소문이 금새 퍼졌다”와 같이 사용하는 걸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올바른 표기는 ‘금세’이다.

시간과 관계 있는 말인 ‘금세’는 바로 지금이라는 뜻의 한자어 ‘금시’(今時)에 조사 ‘에’가 붙은 ‘금시에’가 줄어든 말이다. 구어체에서 많이 사용한다. “금세 아이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금세 피로해졌다”와 같이 쓰인다. 무엇이 줄어든 말인지 생각해 보면 헷갈리지 않을 것이다

2020-12-31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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