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 우리말] ‘피다’와 ‘피우다’/오명숙 어문부장

[똑똑 우리말] ‘피다’와 ‘피우다’/오명숙 어문부장

오명숙 기자
입력 2021-01-27 20:30
수정 2021-01-28 02:4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요 며칠 따뜻한 날씨가 이어졌다. 지난 주말엔 봄이라 해도 믿을 정도였다. 북극한파를 경험한 뒤라 그런지 더욱 따뜻하게 느껴졌다. 불쑥 찾아온 봄날씨를 만끽하려는 사람들로 낮 시간 청계천 변이 북적였다. 따뜻한 햇살에 들뜬 건 사람뿐만이 아니었던가 보다. 벌써 꽃소식이 들린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입춘을 열흘 앞둔 지난 23일 홍릉시험림 내 복수초 꽃이 피었다고 알렸다.

‘꽃봉오리 따위가 벌어지다’, ‘연탄이나 숯 따위에 불이 일어나 스스로 타다’, ‘사람이 살이 오르고 혈색이 좋아지다’, ‘가정이 수입이 늘어 형편이 나아지다’, ‘웃음이나 미소 따위가 겉으로 나타나다’, ‘곰팡이, 버짐, 검버섯 따위가 생겨서 나타나다’. 이 모두는 동사 ‘피다’의 뜻이다. 자동사인 ‘피다’는 목적어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꽃이 피다’, ‘얼굴이 피다’, ‘형편이 피다’ 등처럼 쓰인다. 한데 사람이 가꾸어 꽃이 피게 됐다면 “영희가 꽃을 피우다”처럼 쓸 수 있다. ‘웃음꽃이 피다’와 ‘웃음꽃을 피우다’도 같은 예이다. 즉 목적어 뒤에는 ‘피우다’를 써야 한다.

그런데 ‘담배를 피다’, ‘바람을 피다’ 등처럼 목적어 뒤에 ‘피다’를 쓰는 경우를 흔히 보게 된다. 담배는 꽃처럼 스스로 피는 게 아니므로 ‘피우다’라고 해야 한다. ‘피우다’는 ‘어떤 물질에 불을 붙여 연기를 빨아들였다가 내보내다’, ‘그 명사가 뜻하는 행동이나 태도를 나타내다’란 뜻의 동사다. 그러니 ‘담배를’, ‘바람을’, ‘소란을’ 다음엔 ‘피우다’를 써야 한다.

2021-01-28 29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정치적 이슈에 대한 연예인들의 목소리
가수 아이유, 소녀시대 유리, 장범준 등 유명 연예인들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집회에 대한 지지 행동이 드러나면서 반응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연예인이 정치적인 이슈에 대해 직접적인 목소리는 내는 것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연예인도 국민이다. 그래서 이는 표현의 자유에 속한다.
대중에게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는 연예인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