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직자 정치활동 준거 흔드는 전교조 무죄 판결

[사설] 공직자 정치활동 준거 흔드는 전교조 무죄 판결

입력 2010-01-20 00:00
수정 2010-0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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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지법 형사4단독 김균태 판사가 지난해 교사 시국선언을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전북지역 전교조 간부 4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들의 행위는 공익의 목적에 반하는 게 아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국가에 대한 비판을 한 것에 불과하다.”며 피고측 손을 들어준 것이다.

법원의 이번 판결은 법리 적용의 적확성 여부를 떠나 교사를 포함한 이 나라 공무원의 정치중립 의무에 대한 우리 사회의 준거를 심각히 흔든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혼란스럽고, 파장이 염려된다. 대체 김 판사는 전국에서 4만 5000여명이 교사 직분을 내걸고 참여한 연대서명을 어떤 근거로 국민 개개인의 행위로 간주한 것인지 의문이다. 김 판사의 논거대로 표현의 자유라는 헌법상의 추상적 가치에 견준다면 과연 교원노조법 등 실정법이 적시한 공무원의 정치중립 및 정치활동 금지 규정은 설 땅이 어디인지도 의문이다. 이 판결로만 보면 불법행위는 시국선언 교사들이 아니라, 시국선언 주도교사 14명을 해임하고 41명을 정직조치한 교육당국이 저지른 셈이 된다.

공무원 정치중립 의무에 대한 사법부의 관대한 인식은 이미 이달 초 대법원에서부터 표출된 바 있다. 지난해 법원공무원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할 때는 집단적 정책 반대와 근무기강을 해치는 복장착용을 금하는 조항을 넣었으나 정작 규칙을 확정할 때는 이를 제외했던 것이다. 정부의 국가·지방공무원 복무규정과도 배치될뿐더러 같이 머리띠를 둘러도 정부 공무원은 징계를 받고, 법원 공무원은 아무 일 없는 해괴한 상황이 불가피해졌다. 시국선언 교사들에 대한 선고공판은 다른 지역 법원에서도 이어질 예정이다. 행위의 주체와 내용이 대동소이한 사건에 대해 각 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릴지도 주목되거니와, 어떤 판결을 내리든 논란은 피할 수 없게 됐다고 본다. 공무원 정치중립에 대한 우리 사회의 확고한 준거가 더욱 절실해졌다.
2010-01-2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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