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구세군 자선냄비를 데워준 익명의 온정

[사설] 구세군 자선냄비를 데워준 익명의 온정

입력 2011-12-08 00:00
수정 2011-12-08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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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익명 시민의 온정이 초겨울 구들장처럼 찬기가 서린 세상에 온기를 불어넣고 있다. 지난 주말 서울 명동의 구세군 자선냄비에 1억 1000만원을 쾌척하면서다. 이는 한국 구세군의 거리 모금 83년사에서 최고액이라고 한다. 이런 따뜻한 선행이 빨간색 자선냄비 하나를 데우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의 차디찬 윗목에 온기를 전하는 데 불쏘시개가 되어야 한다.

미담의 주인공은 6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성으로, 이름도 밝히지 않았다고 한다. 단지 “거동이 불편하고 소외된 어르신들한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는 짤막한 자필 편지만 수표와 함께 동봉돼 있었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금언에 따라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은 순수한 선행이었다. 익명성을 지켜온 구세군의 기부원칙에 따라 그의 신원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그의 기부가 갈수록 메말라 가는 우리 사회에서 온정을 샘솟게 하는 마중물이 되게 해야 한다. 경제난으로 고통받는 불우한 이웃에게 관심을 갖고 다가서는 사람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는 얘기다. 나눔을 실천하는 데는 부유층이 앞장서야겠지만, 보통 시민들도 동전 한닢이라도 구세군 냄비에 넣으면서 동참할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돈이 없다면 가진 재능이라도 기부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런 점에서 양로원과 요양병원들을 돌며 이발 봉사를 하며 말기암을 극복한 춘천의 이원익씨 사례가 귀감이다.

나눔을 실천하는 것은 개인의 마음에 달렸겠지만, 기부문화가 제도적으로 튼실히 뿌리를 내리게 하는 것은 정부와 정치권의 몫이다. 기부를 가로막는 세제 등 각종 불합리한 제도부터 정비하라는 뜻이다. 국가에 거액의 전 재산을 기부한 할머니가 중병을 앓으며 홀로 쪽방에서 시한부 삶을 살고 있다면 될 말인가. 여권이 거액기부자의 노후를 보장하는 내용의 명예기부자법(일명 김장훈법)을 추진 중이라니 그나마 다행스럽다.

2011-12-0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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