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학교폭력 진원지 ‘왕따카페’ 적극 솎아내라

[사설] 학교폭력 진원지 ‘왕따카페’ 적극 솎아내라

입력 2012-02-17 00:00
수정 2012-02-17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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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학생을 비난하기 위해 개설된 인터넷 ‘왕따카페’가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됐다. 광주지방경찰청은 인터넷 주요 포털 사이트에 개설된 ‘왕따카페’를 조사해 특정 학생·교사 등에 대해 욕설과 비방을 퍼붓는 글을 올린 110곳을 적발해 그제 폐쇄조치했다. ‘왕따카페’를 결코 가볍게 봐서는 안 될 것이 자칫 학교폭력의 진원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친구가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사소한 말다툼 등을 빌미로 사이버 공간에서 특정인을 왕따시키는 것은 누가 봐도 정상이 아니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사이버 공간에서 키워진 증오와 언어 폭력이 오프라인에서 현실화되는 것은 시간 문제다.

‘왕따카페’ 내용을 보면 “누구는 미친 또라이, 씨× 개거지 × ” 등 섬뜩할 정도다. 입에 담지 못할 욕설만을 퍼붓는 수준이 아니다. 같이 놀아 주지도, 밥을 먹지도 말라고 다른 친구들에게 협박하는 경우도 있다. 나쁜 일을 결코 혼자가 아닌 집단적으로 도모하자는 이 카페는 그야말로 또 다른 학교폭력의 현장이나 다름없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110곳 가운데 초등학생이 개설한 카페가 55곳(50%)으로 가장 많았다니 놀랍기만 하다. 그 다음 중학생(41%), 고교생(9%) 순으로 나타났다. 경찰이 직접 불러 조사한 카페 개설자 10여명의 학생들은 학교 생활에서 별다른 문제가 없는 평범한 가정의 아이들이라고 한다. 학생들에게 폭력성이 만연해 있다는 얘기다.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서는 사이버상의 왕따 문제에 좀 더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전국의 각 경찰청에 설치된 사이버수사대가 나선다면 숨어 있는 ‘왕따카페’를 더 많이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정기적이고 집중적인 수사로 ‘왕따카페’의 뿌리를 뽑아야 한다. 갈수록 사회적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포털 사이트도 위상에 걸맞은 자율규제 장치를 갖춰야 한다. 사이버 폭력으로 인한 명예훼손 등을 경고하는 문구를 모든 게시물에 무조건 넣도록 하는 등 기술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방법이다. 정보 이용자의 사이버 폭력 피해를 구제할 수 있는 내부기구 설치를 검토해 볼 만하다. 또한 사이버 폭력에 대해서는 좀 더 단호한 처벌을 해 경각심을 높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2012-02-1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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