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방치·은폐가 결핵 집단감염 부른 꼴 아닌가

[사설] 방치·은폐가 결핵 집단감염 부른 꼴 아닌가

입력 2012-05-19 00:00
수정 2012-05-19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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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고양시 고양외국어고등학교의 결핵 파문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질병관리본부가 어제 “이 학교 2학년 471명 중 128명이 잠복결핵감염인으로 판정됐지만 전염성은 없다.”고 밝혔다. 지나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잠복결핵감염인의 경우 면역력이 떨어지면 5∼10% 정도가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만큼 마냥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지난 1월 이 학교 2학년 학생 한 명이 처음 결핵 판정을 받았다. 첫 환자가 발생한 지 석 달이 돼서야 전교생에 대한 검진을 실시했으니 그동안 방치한 것이나 다름없다. 은폐 의도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궁할 듯하다. 우리나라 결핵환자 발생 현황(2011년 기준)에 따르면 15∼19세 청소년 결핵 신고 환자는 2030명으로 인구 10만명당 59명꼴이다. 인구 10만명당 80명인 전체 평균보다는 낮지만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초·중·고등학교 결핵 환자 중에서 고교생 환자 수가 절대 다수를 차지한다. 밀집된 공간에서 장시간 집단생활을 하는 고등학교는 그야말로 결핵의 취약지대다.

결핵의 가공할 전파력을 고려하면 학교 측의 뒷북 대응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학교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만을 고려해 발병 사실을 즉각 알리지 않고 쉬쉬했다면 그것은 집단 감염을 조장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어느 고위 인사는 학교가 온통 ‘결핵공포’에 빠져 있는데도 “결핵 보균자는 전국적으로 적지 않다.”며 별일 아니라는 식의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전형적인 후진국 병인 결핵이, 살 만큼 사는 한국에서 여전히 만연하는 것은 바로 이런 안이한 질병인식과 무관치 않다. 결핵에 관한 한 철저한 예방과 신속한 사후 대처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무엇보다 학생들의 정확한 결핵 감염 실태를 파악하는 일이 중요하다. 결핵으로부터 자유로운 학교를 만드는 데 학교와 보건당국은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마땅하다.

2012-05-19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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