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조직법 지각 타결이 국회에 던진 메시지

[사설] 정부조직법 지각 타결이 국회에 던진 메시지

입력 2013-03-18 00:00
수정 2013-03-18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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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마침내 타결됐다. 유례없는 안보 위기와 경제 침체 속에서 새 정부가 출범 20일을 넘기고도 정상 가동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만저만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여야는 쟁점이 됐던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관련 업무를 정부 요구대로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하되 야당이 제기했던 방송 중립성 강화 문제는 국회 특위를 통해 추진하기로 가닥을 잡았다고 한다. 여야가 한발씩 물러남으로써 윈윈하는 결론을 이끌어 낸 셈이다.

정부 조직 개편을 둘러싼 여야의 대치는 국민들로 하여금 대체 정치가 무엇인지를 새삼 묻게 만든 게 사실이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된 지 50일 가까이 됐건만 한낱 SO 관련 업무의 미래부 이관과 방송 중립성 담보라는 편린(片鱗)에 국정 전체가 발목이 묶인 현실은 이 나라의 정치 수준을 의심케 하기에 충분했다.

이번 합의는 이미 2주 전에 여권에서 제기된 방안이다. 본지도 지난 6일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한 정보통신기술(ICT) 업무의 일원화 필요성을 강조하며 방송통신위원회의 SO 업무를 정부안대로 미래부로 이관하되 방송 중립성 문제는 특별법 제정 등을 통해 보완할 것을 주문한 바 있다. 그러나 여야는 그 뒤로 열흘을 허비하고서야 지난 주말 ‘SO 미래부 이관-방송 중립 보완’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 과정에서 느닷없이 MBC 사장 퇴진과 같은 동떨어진 3대 요구 사항이 민주당 원내대표 입에서 튀어나왔다가 당내 반발 속에 철회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새누리당에선 대표와 원내대표가 국회법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일개 기업이나 사인(私人) 간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낯부끄러운 협상력 부재의 현주소가 아닐 수 없다.

여야는 헌정사에 유례가 없었던 이번 정부조직법 개정 대치에서 뼈저린 교훈을 찾기 바란다. 협상은 한쪽이 모두를 얻는 일방적인 게임이 아니다. 하나를 둘로 나눠 가질 수도 있고, 하나를 양보하되 다른 하나를 얻을 수도 있으며, 이번에 주고 다음에 받을 수도 있는 게 협상이다. 뒤늦게라도 여야가 의견을 좁힌 것은 다행이지만, 협상의 기본을 망각한 채 쟁점마다 건건이 불퇴전의 자세로 임한다면 자신들이 국회를 선진화해 보겠다며 만든 국회법은 말 그대로 ‘식물국회’를 만들게 되고, 국정은 걸핏하면 마비될 것이다. 국회 선진화까지 갈 것도 없이 국민 걱정이라도 좀 덜게 여야는 부디 협상의 기본부터 다시 배우기 바란다.

2013-03-1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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