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중 환율전쟁 시작, 최악의 시나리오 점검해야

[사설] 미중 환율전쟁 시작, 최악의 시나리오 점검해야

입력 2019-08-06 22:20
수정 2019-08-07 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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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변하는 금융시장 대책 재검토하고 중국 관련 경제지표 면밀히 조사하길

여러 악재가 동시에 커져 파급력이 커지는 현상인 ‘퍼펙트 스톰’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재무부가 5일(현지시간) 중국을 1994년 이후 25년 만에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다. 중국 위안화가 그제 달러당 7위안이 넘는 현상이 중국 정부의 용인하에 일어났다는 판단에서다. 한국이 일본과 수출규제 등을 둘러싸고 경제전쟁을 벌이는 와중에 미중 무역전쟁이 환율전쟁으로 확전된 양상이다. 환율전쟁의 여파로 5일 미국 다우존스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9%, S&P는 2.98%, 나스닥은 3.47%씩 하락했다. 3대 지수 모두 올 들어 가장 큰 하락폭이다.

중국 경제에 동조화해 어제 코스피지수는 장중 한때 1900선이 무너졌고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220원을 뚫었다. 정부가 “시장 변동성이 과도하게 확대되면 준비된 컨티전시 플랜(비상계획)에 따라 상황별 시장안정 조치를 신속하고 과감하게 취할 것”이라고 나서면서 증시 낙폭은 줄어들었고 환율은 그제와 같은 달러당 1215.3원에 마감됐다. 한중 무역으로 긴밀히 이어진 탓에 위안화 가치 하락이 원화 가치 하락과 연결된 만큼 외국인 투자자의 셀코리아를 우려할 만한 상황이다.

한국의 금융은 개방도가 높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6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 세계 금융시장에 충격이 발생하면 늘 금융불안이 발생해 왔다. 금융불안은 주가 등의 하락에 따른 부(富)의 감소, 실질구매력 감소, 자금 조달 비용 상승 등을 거쳐 실물경제에도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정부는 외환보유액이 충분하다지만, 올 상반기 경상흑자가 217억 7000만 달러로 유럽 재정위기를 겪은 2012년(96억 5000만 달러) 이후 7년 만에 가장 적다는 점도 걱정스럽다.

정부는 이제 기존 정책을 재점검하고 부족한 부분은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정부는 2010년 외환건전성부담금(은행세) 부과, 선물환 포지션 규제,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 등 ‘거시건전성 3종 세트’를 만들어 금융위기의 파고를 넘었다. 대책을 만든 지 약 10년이 된 만큼 현재 금융시장의 변화에 맞춰 미흡한 점은 없는지 점검해야 한다.

중국 관련 경제지표도 모두 조사해야 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지난해 12월 낸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금융불안이 높아지면 국내 금융불안 역시 심화하고 그 영향이 최장 9개월까지 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하는 중에 미중 환율전쟁이 개시된 만큼 중국 경제가 한국 금융시장뿐 아니라 실물경제 전반에 미칠 최악의 시나리오를 점검하고 대책을 마련해 꼼꼼히 대비해야 한다.

2019-08-0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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