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공 임신중단, 의료보험 적용 법제화 서둘러라

[사설] 인공 임신중단, 의료보험 적용 법제화 서둘러라

입력 2021-01-27 20:32
수정 2021-01-28 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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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산부인과의사회가 사회·경제적 사유에 의한 인공 임신중단이 국민건강보험법의 목적인 국민의 질병·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면서 보험급여 적용을 반대하는 의견을 대한의사협회에 최근 제출했다. 산부인과의사회가 약물이나 수술에 의한 임신중단 처치의 의보 적용을 반대하는 비슷한 사례로 내세운 게 미용성형 수술이다. 미용성형이 합법적인 의료 서비스이지만 건강보험법상의 목적에 맞지 않아 보험급여를 적용받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는 것이다.

인공 임신중단을 미용성형과 동일하다고 보는 산부인과의사회의 시각에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여성의 자기 결정권과 생명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낙태죄를 위헌이라 본 헌법재판소 결정을 도외시한 일방적인 주장이 아닐 수 없다. 산부인과의사회는 “보험수가 논의 없이 현행 수가를 적용하면 시술 의원이 줄어 피해는 국민에게 간다”고 주장했는데, 합리적인 적정 수가 보장을 요구하면 될 일을 국민 피해 운운하며 의료보험 적용 반대로 의견을 표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헌재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온 게 2018년 4월이다. 유예기간인 2020년 12월까지 인공 임신중단을 합법화 영역에서 정착시켜야 할 정부와 국회는 팔짱만 끼고 있었다. 정부와 국회에서 법제화가 더딘 이유는 인공 임신중단에 대한 여야의 시각이 다르고, 낙태죄 폐지에 반대하는 일부 종교계를 의식해 좌고우면한 탓이다. 낙태죄 폐지에 따른 후속 조치로 관련법 개정이 순조롭게 이뤄졌다면 올 초부터 여성들이 안심하고 병원에 갈 수 있었을 것이다.

21대 국회에는 낙태죄 폐지에 따른 후속 조치로 의료법·국민건강보험법·약사법·의료기기법·모자보건법 등의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낙태 시술을 한 의료인의 자격을 박탈하는 조항을 삭제하고 성폭력·친족 간 임신 등에 한해 적용하던 보험급여를 모든 임신중단 시술에 확대하는 내용들이 포함돼 있다. 지난 연말까지 손을 봤어야 할 입법 공백이 장기화해서는 안 된다. 여야는 보건복지위 법안 소위에도 오르지 못한 개정안을 하루라도 빨리 처리하는 데 진력하길 바란다.

2021-01-2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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