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강제동원 현금화 일시 유보됐지만 시간 많지 않다

[사설] 강제동원 현금화 일시 유보됐지만 시간 많지 않다

입력 2022-08-21 20:30
수정 2022-08-22 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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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손해배상금 지급을 위한 일 전범기업의 국내재산 현금화에 대한 판단을 보류함에 따라 외교부는 피해자들과 일본 정부를 설득할 시간을 벌게됐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서울 용산구 식민지역사박물관에서 열린  ‘강제동원 대법원 판결 3년 피해자 및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 모습.  박윤슬 기자
대법원이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손해배상금 지급을 위한 일 전범기업의 국내재산 현금화에 대한 판단을 보류함에 따라 외교부는 피해자들과 일본 정부를 설득할 시간을 벌게됐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서울 용산구 식민지역사박물관에서 열린 ‘강제동원 대법원 판결 3년 피해자 및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 모습.
박윤슬 기자
강제동원 판결의 피고인 미쓰비시중공업이 지난 4월 현금화 대상인 상표권 등의 압류명령에 불복해 신청한 재항고 건에 대해 대법원이 4개월 기한의 ‘심리불속행’ 결정을 내리지 않음으로써 재판부의 정식 결정으로 넘어가게 됐다. 대법원에서의 기각 가능성이 높았던 재항고에 대한 결정이 일단 유보된 것이다. 하지만 일본 기업의 국내 자산 강제집행(현금화)이 무한정 연기된 것은 아니다. 이 사건의 주심인 김재형 대법관의 퇴임이 다음달 초여서 그 전이라도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외교부는 7월 초 강제동원 해결을 위한 민관협의체를 출범시켜 세 차례 회의를 거쳐 각계 의견을 수렴했다. 그사이 외교부는 대법원에 강제동원 해결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고려해 매각 명령을 보류해 달라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대법원이 이를 참작해 심리불속행 결정을 내렸는지 여부는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정부가 피해자(원고)와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절충점을 찾는 데 필요한 시간은 다소 벌었다.

정부는 민관협의체 참가를 거부해 온 피해자들을 끝까지 설득해야 한다. 일본 측의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는 피해자들은 현금화를 막으려는 정부의 대위변제가 사죄를 차단한다며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현금화가 초래할 한일 관계 파탄의 책임은 정부만이 져야 할 일은 아니다. 그래서 피해자들도 대책 없는 현금화에 주저하고 반대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현금화라는 급한 불은 꺼 놓고 봐야 한다. 일본 측과 성실히 협상해 강제동원에 대한 도의적 책임에 대한 적절한 입장 표명을 받아 내는 것은 정부의 몫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100일 회견에서 언급했듯 2018년 대법원 판결의 존중과 일본이 우려하는 주권 문제의 충돌 배제는 기본이다. 한정된 시간 속 정부의 분발이 요구된다.

2022-08-22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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