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신뢰 잃은 선관위 존재이유 없어
부정선거 논란 불씨 없게 만전 기해야

연합뉴스
제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둘째 날인 30일 오전 울산 울주군 국민체육센터에 마련된 범서읍 사전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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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대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지금 국민이 불안을 내려놓지 못하고 바라보는 것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다. 지난달 29~30일 이틀간의 사전투표에서 드러난 선관위의 허술한 관리 실태에 유권자들은 아연실색했다. 선거의 정당성을 과연 믿을 수 있을지에 대한 근원적 의문이 들게 했다.
선관위에 대한 불신은 민주주의를 흔드는 직접적 위협으로 커지고 있다. 투표용지를 받은 유권자가 아무 제지도 없이 점심을 먹고 돌아와 투표했지만 신원 확인도 제지도 없었다. 또 다른 지역에선 선거사무원이 남편 명의로 대리투표를 하다가 적발됐고, 다른 사전투표소에서는 지난 총선 때의 투표용지가 발견됐다. 어느 것 하나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이런 수준으로 민주주의 국가의 대선이 관리되다니 나라 밖으로 소문나는 것이 두려운 치욕이다.
선관위의 관리 부실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2022년 20대 대선에서는 코로나 확진자 투표 과정에서 투표용지를 플라스틱 소쿠리에 담아 나르던 모습이 생중계되면서 세계적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그 여파로 ‘부정선거’ 음모론이 정치권을 넘어 일상 대화에까지 스며들었다. 당시에도 선관위는 사과했지만 이후 구조적 개선은 없었다.
더 큰 문제는 선관위의 누적된 무능과 책임 회피다. 선관위 고위 간부 자녀들이 편법으로 채용된 사실이 드러나 국민의 분노를 샀지만 당시에도 선관위는 책임자 문책보다 방어 논리에 급급했다. 이번 사태에 대한 노태악 선관위원장의 사과문 역시 “조직적 방해 행위” 운운하며 책임을 유권자에게 돌리는 듯한 인상을 남겼다. 국민이 듣고 싶은 것은 핑계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반성과 재발 방지를 위한 뼈를 깎는 노력이다.
이번 대선은 12·3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을 거쳐 극단적인 진영 대결의 전례 없는 파고 속에 치러지고 있다. 그런 만큼 선거 관리의 공정성과 투명성은 더더욱 엄정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선관위는 그런 신뢰의 기준을 충족시키기는커녕 스스로 불신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 사전투표 관리가 이토록 허술했다면 본투표 당일에는 또 어떤 불상사를 빚을지 이만저만 걱정이 아니다. 부정선거 논란과 승복 거부, 법적 공방 등이 이어질 것이 불 보듯 뻔하다. 국론 분열에 선관위가 기름을 부을 수 있다.
선관위는 전국 투표소들의 인력 배치와 관리 체계에 한 치의 구멍이 없도록 전면 재점검해야 한다. 이번 대선이 끝나면 선관위 조직의 근본 체질을 바꾸는 작업이 이어져야 한다. 선관위의 자정 노력에만 기대고 있을 상황은 한참 벗어났다.
2025-06-0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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