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몽골에서 말타기/이도운 논설위원

[길섶에서] 몽골에서 말타기/이도운 논설위원

입력 2012-06-05 00:00
수정 2012-06-05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등자를 180도로 돌려 왼발을 얹었다. 두 손으로 안장을 잡아당기며 말 위로 올라탔다. 걷기 시작한다. 박차가 없는 운동화지만, 말 옆구리를 슬쩍 두드려봤다. 말이 움찔하며 ‘탁, 탁, 탁, 탁’ 속보를 시작한다. 몽골의 대평원이 한눈에 들어온다. 하늘은 파랗고, 초원은 푸르다.

2009년 아이슬란드에서 몽골 말을 봤다. 왜 키가 큰 유럽 말이 아니라 작은 몽골 말을 가져왔느냐고 물었다. 1912년 로버트 스콧이 남극점에 도달했을 때 유일하게 살아남은 가축이 몽골 말이었다고 한다. 북극권에 사는 아이슬란드 사람들은 몽골 말을 집 안으로 들여서 그 체열로 겨울을 버텼다고 한다.

말 위에 오른 김에 ‘다그닥, 다그닥’ 구보도 해보고 싶었다. 몽골 친구가 말렸다. 며칠 전 관광객 한 사람이 말에서 떨어져 팔이 부러졌다는 것이다. 아쉬웠지만 참았다. 800여년 전 유라시아 대륙을 호령했던 몽골 기마병의 기상을 느껴보는 것도 재미있었겠지만,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더욱 중요한 일이었다.

이도운 논설위원 dawn@seoul.co.kr

2012-06-05 3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총 13조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하기로 하자 이를 둘러싸고 소셜미디어(SNS) 등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경기에 활기가 돌 것을 기대하는 의견이 있는 반면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소비쿠폰 거부운동’을 주장하는 이미지가 확산되기도 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