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마야부인/서동철 논설위원

[길섶에서] 마야부인/서동철 논설위원

입력 2014-02-24 00:00
수정 2014-0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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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를 신라의 국교(國敎)로 끌어올린 진흥왕은 인도신화에 나오는 이상적인 제왕 전륜성왕을 자처했다. 태자의 이름은 동륜이었는데, 이 역시 전륜성왕을 이른다. 동륜은 보좌에 오르지 못했지만, 그 아들 백정이 왕위에 올랐으니, 곧 진평왕이다. 백정은 인도 카필라국의 왕이었던 석가모니의 아버지 이름이다. 그러니 진평왕비 김씨를 석가 어머니의 이름을 따 마야부인이라고 부른 것은 자연스럽다. 진평왕은 딸 셋을 두었는데, 덕만, 천명, 선화 공주다. 잘 알려진 대로 덕만은 선덕여왕이 됐고, 선화는 백제 무왕과 익산 미륵사 설화를 낳았다.

부여 왕흥사터에서 석가를 출산하는 마야부인을 연상케 하는 작은 청동상이 나와 화제다. 왕흥사는 무왕이 대가람으로 발전시킨 절이다. 2009년 출토된 미륵사탑 사리기는 무왕과 선화의 로맨스를 확인시켜 주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설화를 완전히 부인하는 증거도 아니었다. 여전히 설화 내용을 믿는다면 성왕에게 진평왕비 마야부인은 장모가 된다. 상상력을 발휘하면, 왕흥사의 마야부인상은 우연이 아닐 수도 있다.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2014-02-24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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