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역방향 열차석/박찬구 논설위원

[길섶에서] 역방향 열차석/박찬구 논설위원

입력 2014-02-26 00:00
수정 2014-0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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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KTX 역방향 좌석을 탔다. ‘코레일톡’으로 순방향을 뒤졌지만 남아 있지 않았다. 일전에 역방향을 탔다가 현기증을 느꼈던지라 잠시 주저했다. 시간을 따져보니 도리가 없었다. 특실은 사양하고 서울로 가는 일반석 역방향에 몸을 맡겼다.

역방향이 왜 탐탁지 않은가. 속시원히 자답(自答)하지 못했다. 바꿔 물었다. 순방향이 편한 이유는 무엇이냐고. 앞만 보고 달리는 데 익숙해진 탓은 아닌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회와 무리의 흐름을 놓칠세라 뒤돌아볼 여유도 없이 시신경과 뇌세포가 앞길만 응시하는 데 길들여진 건 아닐까. 역방향의 생소함이 순치의 관성을 어지럽혔을지 모를 일이다. 미욱한 노릇이다.

“나, 다시 돌아갈래.” 설경구는 영화 ‘박하사탕’에서 뒤로 가는 흑백 열차에 의식을 실었다. 지나온 길을 짚어보면 갈림길이며 사잇길이며 되돌리고 싶은 지점이 한둘이 아니다. 그렇다고 시간과 세상의 이치가 이를 허용할 리 없다. 다만, 역방향의 시선으로 과거에 비춰가며 현재를 살아야겠다는 남루한 의지를 떠올릴 뿐이다.

박찬구 논설위원 ckpark@seoul.co.kr
2014-02-26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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