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마음의 그랭이질/손성진 수석논설위원

[길섶에서] 마음의 그랭이질/손성진 수석논설위원

입력 2014-11-22 00:00
수정 2014-11-22 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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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학교수의 강의를 듣는데 ‘그랭이질’이란 말이 나왔다. 자연석 위에 놓이는 돌이나 나무 기둥의 아랫부분을 자연석의 모양에 맞추어 깎는 수법이라 했다. 예를 들어 집을 지으려는 곳에 울퉁불퉁한 돌이 있다면 그 돌을 들어내지 않고 표면의 굴곡에 맞추어 기둥의 바닥을 파내고 주춧돌로 쓰는 것이다. 기둥만이 아니라 그랭이질로 쌓은 석축은 꽉 맞물려 흔들림 없이 견고하다. 돌을 다듬는 게 쉽지, 돌 생김새에 맞게 나무나 돌을 깎는 일이란 보통의 기술이 아니다.

그랭이질은 자유분방하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려는 우리만의 독특한 건축 방식에서 나왔다. 나무 기둥도 휜 그대로 쓰고 옹이를 개의치 않는 것도 그랭이질과 같다. 오래된 사찰이나 정자를 유심히 보면 그랭이질을 한 기둥을 쉽게 찾을 수 있다고 한다. 초석과 기둥을 반듯하게 다듬는 일본에서는 그랭이질이란 게 없다.

그랭이질은 사람의 품성에 빗댈 수 있다. 울룩불룩한 다른 사람의 성격을 이해하고 받아들여 어울려 지낼 수 있다면 마음의 그랭이질을 할 줄 아는 사람이다. 친구 사이나 부부 관계에서도 그랭이질은 필요하다.

손성진 수석논설위원 sonsj@seoul.co.kr
2014-11-22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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