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셀프 탈출구/정기홍 논설위원

[길섶에서] 셀프 탈출구/정기홍 논설위원

입력 2014-12-18 00:00
수정 2014-12-18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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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것질을 탐탁지 않게 여기던 시절에 젊은 이혼녀가 있었다. 들린 이혼 사유가 특이했다. “밥을 잘 안 먹고 과자 봉지만 잔뜩 쌓아놓고 먹어 눈 밖에 났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혼한 것이 꼭 그것만은 아니었겠지만 다 큰 여자가 군음식 때문에 이혼을 당한 건 이해불가였다. 군것질을 세끼 밥 먹듯 하는 요즘에야 당연해 보이는 일이다.

작은 것이라도 자신이 하고 싶고 갖고자 하는 것에 돈을 쓰는 시대라고 한다. 이를 자신에게 선물을 하는 ‘셀프 기프팅’(Self Gifting)이라 하고 ‘나만의 작은 사치’라며 상술에도 활용된다. 이를테면 점심값을 아껴 모아 부츠를 사고 카메라를 사는 식이다. 일단 계획을 세우면 절제된 생활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는 특징을 지녔다. 자신의 즐거움과 행복을 미래가 아닌 현재에서 찾는 이들이다.

대체로 자기중심적인 30대 여성층을 중심으로 자리하고 있다. 긴 불황에 하고픈 욕구와 경제적 제약이 맞물려 나타난 현상이라는 의미부여도 한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지금의 사회분위기를 반영한다. 이혼녀가 끼고 있던 작은 과자 봉지도 ‘셀프 탈출구’가 아니었을까. 그녀도 30대 초반이었다.

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r
2014-12-1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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