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거짓말/문소영 논설위원

[길섶에서] 거짓말/문소영 논설위원

문소영 기자
입력 2015-02-13 18:08
수정 2015-02-13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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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영화로도 제작된 영국 소설 ‘쇼퍼홀릭’의 여주인공 레베카를 생각하면 10여년 전 그 책을 읽으면서 화병이 생길 것처럼 답답했던 감각이 살아난다. 대학을 갓 졸업한 25살의 레베카는 경제전문 잡지 기자로 일하는데도 경제 관념이 ‘꽝’이다. 쇼핑중독증 탓이다. 은행이 대출을 제안하자 덥석 받아들이고 카드로 물건을 마구 사들인다. 문제는 사회 초년생이라 자금의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대출 상환과 카드대금 지급 독촉이 올 때마다 임시방편으로 거짓말을 해댄다. 능력을 제대로 살피지도 않은 채 대출이나 사용 한도를 늘려 준 은행이나 카드사를 욕도 한다.

철없는 레베카의 처지를 안타깝게 생각하다가도 거짓말이 또 다른 거짓말을 낳아 더 큰 곤란에 빠지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이제 거짓말은 그만!” 하고 비명을 지르게 된다. 당시 한국 전체가 신용카드 대란의 소용돌이에 빠진 탓에 감정이입이 더 잘됐던 것도 같다.

발목 부상으로 평생 등산 한번 못 갔다던 인물이 2013년 산악회에 참여해 찍힌 사진이 돌아다닌다. 새빨간 거짓말이 드러난다. 솔직하게 사과했더라면 ‘저 시절엔 다 그랬지’ 하면서 측은하게라도 생각할 텐데.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2015-02-1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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