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낯설어지는 말하기/전경하 논설위원

[길섶에서] 낯설어지는 말하기/전경하 논설위원

전경하 기자
전경하 기자
입력 2020-07-23 18:06
수정 2020-07-24 03:28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재택근무할 때나 주말에 가끔 가던 커피전문점에 무인자판기가 생겼다. 카운터에서 대면주문도 받지만 무인자판기에서 메뉴를 고르고, 카드로 결제하고, 진동벨까지 골라 자리에 앉는다. 주문한 커피가 나왔음을 진동벨이 알려 줘 음료 픽업대로 가면 “감사합니다”라는 기계적 음성이 그 가게에서 누군가에게 듣는 유일한 말이다. 바쁜 시간에는 그 말도 없다. 나는 말 한마디 할 필요가 없다.

음식을 배달시키려면 전화를 걸어 메뉴와 주소를 말했는데 요즘은 이러면 구식이다. 스마트폰에 깔린 배달 애플리케이션을 열면 전에 배달시켰던 식당과 메뉴 목록이 저장돼 있다. 많이 시켜서, 때론 이런저런 이유로 배달이 늦어져 받은 할인쿠폰도 있다. 맛있게 먹었던 메뉴나 먹고 싶은 메뉴를 골라 카드로 결제하고 현관 벨이 울리길 기다리면 된다. 벨이 울리면 “누구세요”라고 묻고 받기만 하면 된다.

낯선 사람에게 말할 일이 줄어든다. 낯선 사람의 말에 반응하기보다 손가락 움직임이 더 편하다. 가게 주인은 직원을 기계로 바꿨으니 비용이 덜 들 것이다. 종업원도 컴퓨터 화면에 뜬 주문에 반응하는 것이 더 편할 것이다. 이러다가 낯선 사람과 말하는 것 자체가 낯설어지는 상황이 올 것 같다.

lark3@seoul.co.kr
2020-07-24 29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총 13조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하기로 하자 이를 둘러싸고 소셜미디어(SNS) 등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경기에 활기가 돌 것을 기대하는 의견이 있는 반면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소비쿠폰 거부운동’을 주장하는 이미지가 확산되기도 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