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절박한 매미/손성진 논설고문

[길섶에서] 절박한 매미/손성진 논설고문

손성진 기자
입력 2020-08-20 20:44
수정 2020-08-21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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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가 지나간 후에 태양은 대지를 불태워 없앨 듯이 작열한다. 나약한 인간은 삼십몇 도의 광열에도 헉헉대지만, 지칠 줄 모르는 무리가 있다.

절박한 것들은 도리어 끝나가는 여름이 두렵다. 7년을 기다린 끝에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7일. 목청이 찢어지도록 울어 대다 목표 달성이 어렵다고 판단할 때 매미는 때로는 인간이 사는 곳으로 돌진해 비장한 죽음을 맞이한다. 그들의 삶은 인간보다 열정적이고 마지막은 인간보다 깔끔하다.

남은 시간이 1년이나, 한 달밖에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 본 적이 있다면 우리는 지금처럼 살지는 않을 것이다. 나태하지도 않을 것이고, 이유 없이 남을 미워하지도 않을 것이다. 시간을 쪼개서 의미 있는 일을 하고자 할 것이다.

매미가 인간의 주거지와 도심에 많은 까닭은 인간이 뿜어내는 열기 때문이라고 한다. 기온이 낮아지면 매미는 구애(求愛)의 울음을 울 수가 없다. 그래서 여름의 마지막 하루하루는 그들에게 목숨을 건 싸움, 필생의 사투다.

새벽에 잠을 깨우고 성가시게 굴더라도 매미 울음을 기꺼이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게으른 인간이 미물(微物)에 불과한 매미보다 나을 것이 없다. 절박한 매미는 인간보다 훨씬 근면하다.

sonsj@seoul.co.kr

2020-08-21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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