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몸무게다. 몸무게도 집에 있는 체중계보다 늘 작은 수치를 가리킨다. 그런데도 저울 성능에 대한 불신은 전혀 일어나지 않는다. 하나의 기기가 동시에 내놓는 정보 앞에서 한 개는 온몸으로 거부하고, 또 한 개는 온몸으로 받아들인다. 고무줄도 이런 고무줄이 없다.
오래전 회사 선배가 “나이가 드니 아부인 줄 알면서도 아부하는 사람이 좋다”고 한 적이 있다. 그러면서 “더 나이가 들면 그게 아부인 줄도 모르게 될까 봐 두렵다”고도 했다. 측정기에 올라서려다 불현듯 그 말이 떠올라 멈칫했다. 언젠가 ‘취사선택’인 줄도 모르게 되는 날이 오는 것은 아닐까.
2023-12-01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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