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법원이 끈질기게 유지해온 ‘혼외(婚外) 자녀 상속 차별’ 합헌 견해를 바꿀 움직임을 보였다고 아사히신문이 4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오사카고등재판소(고등법원)는 8월24일 혼인 중 자녀 3명과 혼외 자녀 1명이 2008년 말에 숨진 부친의 재산 분할을 두고 대립한 신청 사건에서 재산을 똑같이 나눠 가지라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또 혼외 자녀의 상속 재산을 혼인 중 자녀의 절반으로 규정한 일본 민법 900조 규정이 ‘법 앞의 평등’ 등을 규정한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혼인 중 자녀측이 특별항고를 하지 않아 이 결정은 확정됐다.

아카니시 요시후미(赤西芳文) 재판장은 1995년 최고재판소(대법원)가 민법 900조를 합헌이라고 판단한 이후 가족생활이나 친자 관계의 실태가 변했고, 국민 의식도 다양화했다는 점을 결정 이유로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가족법 전문가인 니노미야 슈헤이(二宮周平) 리쓰메이칸(立命館)대 교수는 “획기적인 결정이다. 최고재판소도 무시하기 어렵지 않겠느냐”며 “(상속 차별이) 언제부터 위헌이 되는지 명확히 하기 위해서라도 민법 개정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한국도 이전에는 혼외 자녀의 상속 차별을 정당화하는 규정이 있었지만 1990년 민법 개정시 없어졌다.

한국의 최봉태 변호사와 일본에서 활동하는 서선희 행정서사 등 양국 법률에 밝은 전문가들은 “한국이 1990년대 이후 여성의 권리 신장과 가족의 변화를 반영해 민법을 꾸준히 바꾼 반면, 일본은 이혼한 여성이 최소한 6개월이 지나야 재혼할 수 있게 하는 규정을 여전히 남겨두고 있는 등 법 개정이 늦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