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서부 지역에서는 햇볕에 피부가 장시간 노출되는 위험을 무릅쓰고 진흙에 빠진 새끼 곁을 끝까지 지킨 어미 하마의 이야기가 전해져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6일 케냐 현지 일간지인 데일리 네이션에 따르면 4일 밤 케냐 서부 키수무 지역의 한 마을에서 어미 하마가 새끼 한 마리를 이끌고 빅토리아 호수 인근의 한 골프장에 풀을 뜯으러 나왔다가 새끼가 그만 진흙에 빠져 옴짝달싹도 못하는 상태가 됐다.

다음날 이른 아침 이 골프장 직원인 데이비드 아모스 오위로 씨는 출근길에 해가 떠오르고 있음에도 호수로 돌아가지 않은 어미와 새끼 하마를 발견, 새끼가 진흙에 빠져 어미도 그 곁을 떠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케냐 야생동물감시반(KWS) 직원들이 골프장 지배인의 연락을 받고 도착했으나 현장은 이미 식칼과 마체테(날이 넓은 긴 칼)를 든 인근 주민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그러나 주민들은 새끼 근처에 얼씬도 못하게 하는 어미 하마의 위협 때문에 새끼 근처에 다가갈 수 없었다.

주민 가운데 오몬디 울루씨는 “하늘이 내린 새해 선물이다. 요즘 물가앙등으로 고기 구경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데 제 발로 굴러들어온 셈”이라며 한 손에 식칼을 든 채 즐거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점점 불어나는 주민들을 더는 감당할 수 없게 되자 KWS 직원들은 급기야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경찰의 제지에도 오랜만에 고기 맛 좀 보자며 물러설 기미가 없던 주민들은 타오르는 태양에 피부가 터질 것 같은 고통을 참아내는 어미 하마에게 돌을 던지며 곧 있을 바비큐 향연을 고대했다. 하마는 지방질 피부 탓에 햇볕에 장시간 노출되면 큰 상처를 입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취총을 쏘면 쓰러진 하마를 향해 주민들이 달려들 것 같은 생각에 KWS 직원과 경찰은 어미를 떼어 놓고 진흙에서 새끼를 구출하고자 폭음탄을 터뜨렸으나 어미 하마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수 시간에 걸친 논의 끝에 굴착기를 동원해 여러 번의 시도를 한 후 마침내 새끼를 진흙에서 꺼내어 호수로 옮기자 그제야 어미 하마는 새끼를 따라 물속으로 사라졌다고 로버트 오우코 KWS 부국장은 전했다.

부국장은 “야생동물을 죽이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 이는 야생동물 보호 법률에 명시된 사항”이라며 인간과 동물의 공존이 중요함을 주민들에게 역설했으나 주린 배를 움켜쥔 이들에겐 ‘소귀에 경 읽기’에 지나지 않았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