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언론 “푸틴 암살기도 사건 자작극 가능성”

서방 언론 “푸틴 암살기도 사건 자작극 가능성”

입력 2012-02-29 00:00
수정 2012-02-29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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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용 여론 몰이”..러’ 총리실 “자작극 주장은 모독”

체첸 반군 지도자의 지시를 받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를 암살하려던 테러범들이 체포된 사건과 관련 대선용 자작극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시사주간 ‘타임’과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 등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이 푸틴 암살 시도를 사전에 차단했다는 보도와 관련 다음 달 4일 대선을 앞두고 여당 후보인 푸틴에게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러시아 정보기관이 암살 사건을 만들어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타임은 27일(현지시간)‘정말 위협이 있었나, 선거를 앞둔 각본인가’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암살 사건 발표가 긴급 뉴스가 아닌 4분짜리 다큐멘터리 형식의 프로그램으로 이루어졌다”며 사전 제작 의혹을 제기하면서 “(항상 그랬듯) 범인은 서방과 끈이 닿아 있는 체첸 반군이었다”고 꼬집었다.

타임은 “사건 배후로 언급된 도쿠 우마로프는 2010년과 2011년 각각 40명과 37명의 모스크바 시민을 테러로 숨지게 한 체첸 반군 지도자”라며 “푸틴이 2000년 대선에서 승리할 때 이용됐던 체첸 전쟁 지휘관의 이미지가 유권자의 마음속에 되살아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푸틴은 대통령 권한 대행 시절이던 2000년 러시아 연방으로부터 분리독립을 추진하며 무장 투쟁을 계속하던 체첸 반군 완전 소탕을 지시하고 직접 수호이(Su)-27 전투기를 타고 전쟁 중인 체첸을 방문하는 등의 제스처를 취하면서 국민의 인기를 얻었다.

보리스 옐친 대통령이 주도한 제1차 체첸전(1994~96년)에서 사실상 러시아가 패배하면서 민족적 자긍심에 상처를 입었던 러시아 국민은 이같은 푸틴의 대(對) 체첸 강경책을 전폭적으로 지지했다.

영국에 망명중인 옐친 시절의 대표적 올리가르히(신흥재벌) 보리스 베레조프스키는 타임에 “이 같은 암살 기도 조작은 국민에게 ‘푸틴이 얼마나 중요하고 많은 위협을 받고 있는가’하는 동정심을 불러일으키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2000년 푸틴 집권에 크게 기여했던 베레조프스키는 푸틴이 정경유착의 대명사인 올리가르히 척결 정책을 펼치는 과정에서 위협을 느껴 영국으로 망명한 뒤 현지에서 반(反) 푸틴 운동을 벌여오고 있다.

인디펜던트는 체포된 테러 용의자들의 암살 계획이 지나치게 허술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암살 사건을 처음으로 보도한 러시아 국영 ‘제1채널’에 따르면 체첸 반군 출신 테러범들은 “대선일에 맞춰 모스크바로 이동해 푸틴의 차량 행렬이 자주 다니는 길에 대전차용 지뢰를 매설할 계획이었다”고 자백했다. 그러나 삼엄하기로 유명한 푸틴의 경호시스템을 이 정도 계획으로 뚫을 가능성은 매우 작다는 것이 인디펜던트의 지적이었다.

러시아 반정부 시위대 지도자 예브게니야 치리코바는 영국 일간 가디언에 “이번 사건은 명백한 선거운동”이라며 “푸틴에게 여론의 관심을 집중시키기 위한 구경거리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푸틴 총리 공보실장 드미트리 페스코프는 앞서 일부에서 푸틴 총리 암살 미수 사건을 대선용이라고 주장하는데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페스코프는 “계획됐던 푸틴 총리에 대한 암살 시도 사건의 심각성과 사전 조사에서 실제로 심각한 위험성이 확인된 점을 고려할 때 그같은 주장(대선용이라는 주장)을 하는 것은 모독적인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암살 사건과 관련한 정보가 (대선이 임박한) 바로 지금 공표된 것은 테러 준비가 모스크바에서뿐 아니라 우크라이나에서도 진행된 (복잡성) 때문”이라며 “발표 이전에 푸틴 총리에게 가해졌던 위험성을 확인하기 위한 점검노력에 시간이 필요했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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