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루미와 비행쇼 기획했다” 시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두루미와의 비행 등 최근 자신과 야생동물들 간의 극적인 조우 장면이 모두 사전에 연출된 행동이었다고 말했다고 13일(현지시간) BBC가 보도했다.러시아 크렘린이 스턴트 장면을 방불케 하는 푸틴의 행동 가운데 일부가 기획된 것이라고 발표한 적은 있었지만, 푸틴이 직접 자신의 입으로 시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푸틴은 이날 러시아 볼쇼이 고로드지와의 인터뷰에서 “가짜 야생동물과의 만남은 멸종위기 동물들의 현실을 알리려는 것이었다.”면서 “몇몇 스턴트 장면들은 너무 과도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방송들은 최근 푸틴이 고래를 사냥하는 장면과 TV리포터를 위협하는 야생 호랑이를 생포하는 모습, 멸종위기종인 눈표범과 함께 뛰어노는 화면 등을 방영했다. 특히 지난 5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앞서 푸틴이 직접 어미 두루미로 변장해 시베리아 철새들의 이동을 유인하는 ‘깜짝 쇼’를 벌여 화제가 됐다.
푸틴은 “물론 그 동물들이 사전에 포획된 것을 알고 있었지만, 더 중요한 것은 대중의 (환경보호에 대한)관심을 이끌어 내는 것”이라면서 자신의 행동이 정당했음을 강조했다.
한편 크렘린은 최근 푸틴의 ‘두루미 쇼’를 위한 여행에 동행한 뒤 관련 원고를 잡지에 기고하는 것을 거부해 해고당한 작가 겸 언론인 게센에게 복직을 권고했으나 거절당했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푸틴을 비판하는 소설 ‘얼굴없는 남자 푸틴’의 저자인 게센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푸틴이 직접 뽑은 사장 밑에서 더는 일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2012-09-15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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