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로 노동인구 감소…”여성 경제참여 확대가 살길”
내달 총선을 앞두고 일본 정치인들이 저마다 늪에 빠진 경제를 되살리겠다는 공약들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해결책으로 여성을 거론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전문가들은 일본 경제를 회생시킬 ‘비밀 병기’는 여성이라고 말한다.일본 경제의 구조적 문제점은 잘 알려져 있듯이 인구 고령화로 노동인력이 계속 감소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복지비용은 증가하는 반면에 세수 기반은 줄어들고 있다. 유럽과는 달리 일본은 노동력 부족 해소를 위해 외국인 이주민을 대규모로 받아들이려는 정책을 펴지도 않는다.
이런 사회구조와 특성을 감안하면 결국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늘리는 것이 해법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지난달 한 회의에서 일본은 여성 일자리를 더 늘림으로써 만성적인 경기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금융업체 골드만 삭스는 지난 2010년에 낸 보고서에서 60%에 불과한 여성 경제활동인구 비중을 남성(80%) 수준으로 끌어올릴 경우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이 15%나 늘어나는 놀라운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추정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대학교육을 받은 일본 여성의 65%만 직장을 다닌다. 또 일본 직장 여성 10명 중 7명은 첫 아이를 낳은 뒤 사직한다. 노동성 통계로는 여성의 생산성이 남성의 60%인데 이는 주로 여성들의 시간제(파트타임) 일자리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12년 세계의 성(性)별 격차’에서 일본은 135개국 중 101위다. 지난해보다도 3단계 떨어진 것이다. 반면에 인접한 중국의 경우 69위다.
컨설팅업체 ‘이우먼’의 여성 최고경영자(CEO) 사사키 가오리 씨는 “성별 격차 문제가 일본에서 정말로 경시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3천600여개의 일본 상장기업 들의 임원 중 여성 비율은 1.2%에 지나지 않는다.
사사키 씨는 2차대전 이후 강대국으로 번성해온 50~60년 동안 남성 특정 그룹이 경제, 언론, 정치 등 각 분야의 최고위직을 차지했으며 이런 남성들 간의 네트워크가 똑같은 가치관을 지닌 채 일사불란한 결정을 내려온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체제는 지난 20년간 도전과제들에 대응하는 데 실패했으며 이는 일본 사회가 정체됐음을 뜻한다고 사사키 씨는 설명했다.
그녀는 성별 격차를 줄이는 것이 여성 권리 신장 차원의 일이 아니라 기업의 경영과 국가 성장전략 차원의 과제라고 주장하면서 기업에는 임직원의 다양성이 매우 중요한 시대라고 강조했다.
주오(中央)대학 사회학과 야마다 마사히로 교수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는 세수 확대뿐만 아니라 결혼과 가정, 사회의 존속 자체를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일본의 탁아시설은 매우 부족해 여성들이 아이를 낳고 직장으로 복귀하기가 어렵다. 장시간 노동과 퇴근 후에도 각종 모임이 많기로 유명한 일본의 직장문화도 일과 가정을 병행하기 어렵게 하고 있다.
사사키 씨는 자신들이 젊을 때에 비해 상황이 나아졌다면서도 여전히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많은 젊은 여성들은 더는 ‘유리천장(보이지 않는 차별 장벽)’을 느끼지 않고 있으나 사사키 씨의 생각은 “천장이 조금 높아졌을 뿐이지 여전하다”는 것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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