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원 찬성 58표·반대 41표…오바마 발탁 50여일 만에 ‘지명자’ 딱지 떼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 지명자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2기 행정부 안보 수장으로 발탁된 지 50여일 만에 상원 인준을 받았다.베트남전 참전용사이자 사병 출신으로는 처음 국방장관이 됐다.
헤이글 장관은 취임 즉시 국방 분야에 가장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예산 자동 삭감, 이른바 시퀘스터(sequester)를 비롯해 북한 및 이란 핵 문제, 아프가니스탄 철군 계획, 러시아와의 추가 군축 회담 등 산적한 과제를 처리해야 한다.
미국 상원은 26일(현지시간) 오후 전체회의를 열어 헤이글 지명자에 대한 인준안을 가결 처리했다.
찬성표를 던진 의원이 58명, 반대표를 행사한 의원이 41명이었다.
민주당 의원은 54명이 모두 찬성했고 공화당 소속 랜드 폴(켄터키), 태드 코크란(미시시피), 마이크 조핸스(네브래스카), 리처드 셸비(알래스카) 의원이 인준 찬성에 동참했다.
41표의 반대는 모두 공화당에서 나왔다.
상원은 앞서 토론 종결 투표, 다시 말해 헤이글 지명자에 대한 이른바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 진행 방해)를 끝낼지에 대한 표결을 해 찬성 71표, 반대 27표로 통과시켰다.
미국에서는 상원의원이 단 한 명이라도 각료 인준에 반대해 ‘유보’(hold) 조처를 하거나 60표의 찬성을 확보하지 못해 필리버스터를 행사하면 대통령도 임명을 강행할 수 없지만, 이런 조치가 없으면 상원 상임위와 전체회의에서 각각 과반을 얻으면 인준을 받는다.
오바마 대통령은 2기 취임 전인 지난달 7일 탕평 인사 차원에서 공화당 출신의 헤이글(네브래스카) 전 상원의원을 국방장관에 발탁했으나 과거 반 이스라엘 행보와 동성애 비판 발언, 이란 핵 문제에 대한 유화적 태도, 이라크전 증파 결정 반대 등으로 정작 존 매케인(애리조나) 의원 등 공화당 옛 동료로부터 비판을 받아왔다.
상임위인 상원 군사위는 지난 12일 인준안을 찬성 14표, 반대 11표로 가결 처리했으나 지난 14일 열린 전체회의에서는 공화당의 필리버스터로 표결이 무산됐다.
일부 공화당 의원은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해 9월 11일 발생한 리비아 벵가지 영사관 피습 사건 때 취한 조처에 대해 답변하지 않고 있다면서 그의 인준을 방해하기도 했다.
매케인 의원 등은 이후 헤이글 지명자가 국방장관으로 부적격하다고 판단해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밝히면서도 투표 자체를 막지는 않겠다고 밝혀왔다.
헤이글 지명자가 최종 관문을 통과하기는 했지만 미국 정치사상 처음으로 안보 수장에 대한 필리버스터가 이뤄지고 여야 간 표가 극명하게 갈린 만큼 향후 오바마 집권 2기 국방ㆍ안보 정책의 진통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공화당 군사위 간사인 제임스 인호프(오클라호마) 의원은 이날 전체회의에서 리언 패네타 현 장관에게 장관직을 계속 맡아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그는 심지어 헤이글 지명자보다는 여성인 미셸 플러노이 전 국방부 차관이나 애슈턴 카터 현 차관이 더 나은 대안이라고 덧붙였다.
테드 크루즈(텍사스) 의원은 표결이 끝나고 나서 성명을 통해 “헤이글 지명자에 대한 우리의 우려가 모두 잘못된 것으로 판명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의 해리 리드 상원 원내대표는 “정치적인 동기에 의해 국방 장관 인준이 지명됨으로써 동맹과 세계에 아주 나쁜 인상을 주게 됐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싸우는 수만명의 미군에게도 아주 좋지 않은 신호다. 이젠 당파성을 초월할 때”라고 지적했다.
인준이 지연되면서 지난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의에도 참석한 리언 패네타 국방장관은 펜타곤(국방부 청사)을 떠나 캘리포니아 자택에 머무르면서 인준 결과를 기다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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