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진 아일랜드에 검은 돈’ 세계 부호 명단 폭로 후폭풍
조세피난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BVI)에 재산을 은닉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세계 유명인들의 명단이 추가로 폭로되는 등 후폭풍이 거세다. 해당 국가들이 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국세청도 한국인 포함 여부 및 은닉 재산 확인에 나섰다.
ICIJ에 따르면 이바니슈빌리 그루지야 총리는 2006년 BVI에 설립돼 현재까지 운영돼 온 회사의 이사로 등재돼 있다. 그의 재산은 50억 달러(약 5조 6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포자만은 UBS 싱가포르 지사를 통해 2007년 BVI에 설립된 기업 한 곳을 인수했다. 태국에서는 탁신 부부의 이혼이 재산 보호를 위한 자구책이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마하티르 전 말레이시아 총리의 아들은 1997~2009년 BVI를 비롯, 자국 내 조세피난처인 라부안에 설립한 회사의 주주와 이사로 등재돼 있다.
앞서 공개된 명단에는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과 바야르척트 상가자브 몽골 국회 부의장,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의 친구이자 올랑드 대선 캠프 재무담당자였던 장 오기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필리핀 대통령의 장녀 마리아 이멜다 마르코스 마노톡 등이 이름을 올렸다. 올랑드 대통령은 오기에의 활동에 대해 “전혀 몰랐다”면서도 “프랑스 법에 어긋나는 부분은 당국에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필리핀 당국도 마르코스 전 대통령 딸의 해외 재산은닉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다고 이날 AFP 등이 전했다. 독재자 마르코스의 부정축재 재산 환수를 담당하는 대통령 직속 바른정부위원회(PCGG)가 일로코스 노르테 주지사를 맡고 있는 장녀 마노톡의 은닉 재산에 대해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ICIJ가 입수한 문건에 BVI 관련 12만개 회사 및 13만명의 명단이 수록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국인 포함 여부도 관심사다. 이와 관련, 국세청은 이날 “명단을 입수하기 위해 다방면의 채널을 가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내국인 명단이 확인되면 재산 형성 과정과 조세피난처로 빠져나간 돈의 출처, 세금 납부 여부 등을 확인하고 탈세 사실이 드러나면 철저하게 추징하겠다”고 강조했다. 국세청은 이 명단에 한국인도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김미경 기자 chaplin7@seoul.co.kr
2013-04-06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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