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물리학연구소 CERN 사상 첫 여성 소장 탄생

세계 최대 물리학연구소 CERN 사상 첫 여성 소장 탄생

입력 2014-11-07 00:00
수정 2014-11-07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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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노티 박사, 2016년 취임… 암흑물질 연구 본격화될 듯

음악에 관심이 많았던 이탈리아 소녀는 17세가 되던 해 우연히 ‘마리 퀴리’의 전기를 읽었다. 밀라노대에 입학해 물리학을 전공했지만 동시에 음악학교에서 피아노를 치며 교수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우열을 가릴 수 없는 두 가지 길 중에 그는 결국 ‘자연에 대한 호기심’을 선택했다. 30년이 흐른 뒤 중년이 된 소녀는 ‘21세기 최고의 물리학 성과’를 이끌었고 지난 4일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 60년 역사상 첫 여성 소장에 지명됐다. ‘신의 입자’로 불리는 ‘힉스’ 발견의 주역인 파비올라 자노티(52) 박사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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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입자물리연구소의 첫 여성 소장이 된 파비올라 자노티 박사가 거대강입자가속기의 검출기 아틀라스 앞에 서 있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 제공
유럽입자물리연구소의 첫 여성 소장이 된 파비올라 자노티 박사가 거대강입자가속기의 검출기 아틀라스 앞에 서 있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 제공
CERN은 5일(현지시간) “파비올라 자노티 박사가 2016년부터 롤프 디터 호이어 현 소장의 뒤를 이어 CERN을 이끌게 된다”고 발표했다. 스위스와 프랑스 국경에 자리 잡은 CERN은 1만 7000여명의 과학자가 근무하는 세계 최대의 물리학 연구소다.

CERN에서 지난 60년간 얻어진 연구 결과는 물리학뿐 아니라 인류의 삶 자체를 바꿔 놓았다. 대표적인 것이 ‘월드와이드웹’(WWW), 인터넷이다. CERN의 과학자였던 팀 버너스 리가 연구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저장하기 위해 1989년 제안한 것이 인터넷의 시초가 됐다.

CERN은 약 10조원을 들여 거대강입자가속기(LHC)를 구축, 2009년부터 힉스 입자를 찾는 데 전력투구했다. 빅뱅 직후 우주를 구성하는 16개의 입자에 질량을 부여한 것으로 추정되는 힉스를 찾아 현대물리학의 근간인 ‘표준모형’을 완성하겠다는 도전이었다. ‘인류 역사상 최대의 공동 실험’인 이 프로젝트를 지휘한 것이 바로 자노티 박사다. 2012년 7월 4일 그는 전 세계인이 지켜보는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가 힉스 입자를 발견했다”고 선언했다.

자노티 박사는 소장에 지명된 뒤 “CERN은 과학 발전의 중심이자 전 세계 물리학의 자존심, 과학기술 혁신의 요람이자 협력과 평화의 상징”이라고 밝혔다. 현재 LHC 개조 작업을 하고 있는 CERN은 자노티 박사가 소장을 맡는 2016년부터 전 우주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암흑물질’ 연구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2014-11-07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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