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서 ‘인터넷 혁명’ 외치며 창업…세계가 주목하는 기업 부상
중국에서 ‘광군제’(光棍節)로 불리는 ‘독신자의 날’인 11일 하루 매출 10조 원을 넘기는 ‘공룡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시작은 소담했다.알리바바의 본사가 있는 중국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에서 올해 처음 세계적인 행사로 판을 키운 알리바바의 독신자의 날 행사가 끝난 다음 날인 12일 오후 기자는 항저우시 시내에 있는 한 아파트를 찾았다.
항저우시 위항(余杭)구 원이시(文一西)로에 있는 후판화위안(湖畔花園)이라는 아파트 단지 내 150㎡ 규모 아파트다.
이곳이 바로 1999년 3월 마윈(馬雲) 알리바바그룹 회장 자신을 비롯한 부인, 친구, 동료 등 18명이 알리바바를 처음 만든 곳이다. 알리바바그룹의 산실인 이곳은 당시 마윈의 가족이 사는 집이었다.
지금도 여느 주택가처럼 많은 주민이 살고 있으며 4층짜리 건물 2층인 이 아파트에도 호수를 알리는 ‘202호’라고만 붙어 있을 뿐 아무런 표지도 없다.
알리바바가 지금도 관리하고 있지만, 외부에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감추려는 것이라기보다 평범한 아파트라서 방문객이 급증할 때 주민들에게 불편을 끼치는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였다.
다소 낡기는 했지만, 나무와 화초가 잘 가꿔져 있는 주변을 살피다가 가까스로 들여다본 내부는 그야말로 사무실로 사용하는 방 3개짜리 아파트였다.
거실에는 수명의 젊은이들이 컴퓨터를 켠 채 인터넷 작업을 하느라 바빴고 각 방도 사무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언뜻 보기에 일반 사무실과 다를 바 없지만 마윈의 발자취를 소개하는 사진들이 벽에 줄줄이 붙어 있고 한쪽 벽에는 그가 직접 쓴 ‘발전은 확고한 도리다’(發展是硬道理)라는 문구도 눈에 띄었다.
이 문구는 개혁·개방 총설계사로 불리는 중국의 지도자 덩샤오핑(鄧小平)이 1992년 개혁·개방 정책을 가속하기 위해 나선 ‘남순강화’(南巡講話)에서 한 말이다. 개혁·개방이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명제라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마윈은 사인을 하면서 ‘2008.3.15’라고 적었다. 알리바바가 창업 10년 만에 급속한 번창기를 맞은 가운데 마치 덩샤오핑의 굳은 신념처럼 발전에 대한 확신을 피력한 것이다.
당시 그는 창업하면서 “우리가 만든 B2B(기업 간 거래) 사이트가 인터넷 서비스 모델의 1차 혁명을 일으킬 것”이라고 공언한 것을 이미 실현하고 C2 C(고객 간 거래)와 B2 C(기업과 고객 간 거래)로 영역을 계속 넓히던 때였다.
마윈은 그해 2월 후판화위안 인근이자 현재 알리바바의 본사 주소지 위항구 원이시로 969번지에 알리바바그룹의 새로운 보금자리인 시시(西溪)단지 조성을 위해 항저우시와 정식 계약을 체결했다.
대학 캠퍼스를 연상케 하는 29만㎡ 규모의 시시단지는 지난해 8월에 완공돼 타오바오(淘寶)를 비롯한 그룹사들이 입주해 있으며 1만 2천 여 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올해 독신자의 날 할인행사를 개최하며 중국 내외 460개 언론사 600여 명의 취재진을 초청해 프레스센터를 설치한 곳도 이곳이다.
알리바바는 시시단지 조성에 앞서 2009년 8월 항저우시 빈장(濱江)구 왕상(網商)로 699번지에 12만㎡ 규모로 마련한 빈장단지에서 각종 사업을 키워 ‘화려한 현주소’의 기반을 닦았다.
호주의 글로벌 건축기업인 하셀(Hassel)이 설계한 ‘명품 건물’로 채워진 빈장단지는 현대적인 감각의 대형 미술관이나 박물관 분위기를 풍기면서 알리바바의 글로벌 기업 이미지도 높여온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알리바바의 이런 ‘성공 신화’는 최고 슬로건인 ‘고객 제일주의’를 바탕으로 시대상을 잘 읽는 데 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의 ‘고객’에는 상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기업과 상품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모두 포함된다. 상품을 팔고 사는 이들 양측 고객이 서로에게 필요한 거래를 모두 인터넷으로 연결할 수 있다는 것이 알리바바의 생각이다.
알리바바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고객 중에서도 중소기업과 농촌 주민 등 상대적인 약자에 대한 서비스도 강조하고 있다.
마 회장은 지난 9월 알리바바가 뉴욕 증시 상장에 성공해 첫 거래가 이뤄진 날 “알리바바의 성공은 중국 경제의 성공이자, 인터넷의 성공, 중소기업의 성공”이라면서 “우리가 버는 돈은 고객들과 중소기업을 위해 사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알리바바는 또 올해부터 인터넷 구매를 6억 명의 주민들이 사는 농촌지역으로 적극적으로 넓혀가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가 소득 격차 해소와 내수 진작을 위해 추진하는 신형 도시화에 발맞추면서 농촌으로 고객층을 확대하는 전략이다.
마 회장은 올해로 6번째를 맞은 독신자의 날 할인행사 마지막 날 프레스센터에서 “(이번 행사가) 10번째를 맞을 때 과연 우리가 어디까지 달려갔는지를 와서 확인해 달라”고 당부하면서 “세상의 모든 사물은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던지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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