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카에다, 드론 공격·좁혀지는 포위망에 큰 어려움
9·11 테러의 배후이자 국제테러단체 알카에다의 지도자였던 오사마 빈 라덴이 미국 정부에 사살된 2011년 5월 1일 이전까지 1년여간 쇠락의 길을 걸었음을 보여주는 문건이 공개됐다.미국 CNN 방송은 11일(현지시간) 파키스탄의 은신처에 숨어 있던 빈 라덴이 다른 알카에다 간부들과 2010년 6월부터 사살되기 전까지 주고받은 편지 등을 토대로 당시 빈 라덴과 알카에다가 미국의 드론(무인기) 공격과 좁혀오는 포위망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편지 등 관련 문건은 빈 라덴이 사살된 아보타바드 은신처에서 입수한 것으로, 지난달 미국 법원에서 열린 알카에다 요원 아비드 나세르의 공판에서 공개됐다.
당시 알카에다의 최대 난적은 미 중앙정보국(CIA)의 드론 공격이었다.
알카에다의 한 간부는 빈 라덴에게 보낸 편지에서 알카에다 서열 3위인 무스타파 야지드가 2010년 5월 22일 드론 공격으로 어떻게 숨졌는지를 생생히 묘사했다.
이 간부는 “야지드가 알카에다의 한 조력자 집에 머물 때 그 위를 드론이 돌더니 공격을 시작했다”며 “야지드와 그의 아내, 딸, 손녀가 사망했다”고 전했다.
그는 “드론이 매일 이곳 하늘을 돌고 있다”며 “드론 공격에 안심할 수 있는 유일한 때는 기상 상태가 나빠 구름으로 가려질 때이며, 하늘이 맑아지면 드론은 다시 찾아온다”고 무력감을 드러냈다.
알카에다는 드론 공격을 저지하기 위해 전파 방해나 해킹 등을 시도했으나 성과는 없었다.
알카에다는 당시 주러시아 미국 대사관과 영국, 덴마크 등에서의 테러를 모의했으나 모두 불발에 그쳤던 것으로 확인됐다. 문건에는 알카에다가 덴마크에 테러 요원 ‘3명의 형제들’을 보냈으나 이들과 연락이 끊겼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테러 계획이 번번이 좌절되자 알카에다의 한 전략가는 가정용 칼이나 가스 탱크, 연료 같은 단순한 도구들을 사용한 테러 공격이나 비행기, 열차, 차량 등을 살상 무기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수세에 몰린 알카에다는 2010년 여름 파키스탄 정부와 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는가 하면, 조직 일부를 아프가니스탄 동부 산악지대인 누리스탄이나 파키스탄 신드 및 발로키스탄, 또는 이란으로 옮겨가는 방안까지 고려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010년 6월 알카에다의 한 간부는 빈 라덴에게 편지를 보내 “당분간 서신 연락을 줄여야 한다”며 “특히 올해는 절대적인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빈 라덴은 당시 은신처에 숨어 지내면서도 사소한 문제들을 일일이 챙겼던 것으로 확인됐다.
빈 라덴은 2010년 8월 서신을 통해 알카에다 동맹단체인 소말리아 무장단체 알샤바브에게 우간다 대통령 암살 등에 대해 조언했으며, 자신의 부하에게 알카에다의 차기 지도자가 될만한 청년들의 이력서를 보내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이뿐 아니라 2010년 브래들리 매닝 전 미군 일병이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에 넘긴 미국 기밀 자료들을 번역해 알카에다 대원들의 미국 이해도를 높이라고 명령하기도 했다.
빈 라덴은 2011년 9·11테러 10주년을 앞두고 부하들에게 과거 자신을 인터뷰한 파키스탄의 알자지라 언론인 아흐메드 자이단에게 접촉해 자신에게 궁금한 사항이 있는지 파악하라고 지시했지만, 결국 10주년을 넉 달 앞두고 사살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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