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중 최초…알래스카 ‘수영장 10억개’ 빙하 녹아”기후변화는 외국 침략과 같아” 여론전 착수…최근 석유시추 허용 논란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구 온난화의 최대 피해 지역으로 꼽히는 알래스카 북극해 지역을 미국 대통령 중 처음으로 찾는다.오바마 대통령은 알래스카에서 기후변화 문제의 심각성을 생생히 부각해 임기 말 최대 과제 중 하나인 기후변화 대책을 관철하기 위한 여론몰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AP통신과 USA투데이 등 외신들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간)부터 사흘 동안 알래스카 주를 방문한다.
그는 빙하와 어촌 마을을 둘러보며 기후변화 피해 현장을 직접 확인하고 북극 고위급 다자회의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각종 연구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알래스카는 기후변화 문제의 심각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상징적인 지역이다.
알래스카가 미국의 주로 편입된 1959년 이후 이 곳에서 지금까지 3조5천억t의 빙하가 녹았으며, 이는 올림픽 경기 규격의 수영장 10억 개를 채울 수 있는 분량이라고 AP통신은 보도했다.
녹는 속도도 빨라져 1959년부터 1993년 사이에는 연평균 570억t의 빙하가 사라졌다가 1994년 이후로는 매년 830억t의 빙하가 없어지고 있다.
또 매년 여름 바다 얼음(해빙·海氷)이 녹아 없어지는 기간이 1970년대보다 한 달가량 늘어났고 영구동토층이 녹아 도로와 배관, 주택이 기울어지는 피해가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바닷가 마을을 파도로부터 보호하는 완충지대 역할을 하고 바다코끼리와 북극곰, 바다표범의 서식지인 해빙은 30년 동안 3분의 1 가량 줄어들었다.
지구온난화를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는 알래스카의 연평균 기온이 1959년보다 섭씨 1.83도(화씨 3.3도) 높아졌다는 사실이다. 특히 겨울 기온은 섭씨 2.78도(화씨 5도)나 올랐고, 역사상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한 작년보다 올해가 더 더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나무좀 등 따뜻한 지역에 살던 새로운 병충해가 등장해 알래스카의 나무들이 급속히 죽어가는 실태다.
아울러 산불이 잦아지는 점도 이 지역 환경에 심각한 피해를 입히고 있다.
올해 알래스카에서 산불 피해를 입은 면적은 약 206만㎢로, 이는 코네티컷과 로드아일랜드 주를 합친 넓이다.
프란 울머 미국 북극연구위원회(USARC) 위원장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알래스카주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지질조사소의 제이크 웰친도 “기록적인 더위가 알래스카를 글자 그대로 ‘용광로’에 빠뜨리고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방문에 앞서 “알래스카인들은 이미 기후변화와 함께 살고 있다”면서 이 지역 4개 마을이 해수면 상승으로 침수될 위기에 처한 것을 예로 들었다.
그는 “만약 다른 나라가 미국의 마을을 쓸어버리겠다고 위협한다면 우리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무엇이든 할 것이다. 지금 기후변화도 그와 똑같은 위협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크레도’(CREDO) 등 시민단체들은 오바마 행정부가 최근 다국적 기업 로열더치셸에 북극해 석유시추를 승인한 것과 관련해 “막대한 화석연료 시추를 허용하면서 기후변화의 시급성을 이야기하는 것은 리더십이 아니라 위선”이라며 비판적 시선을 보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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