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 어린이 3명 포함 22명으로 늘어…MSF, 국제사회 독립조사 요구다수 민간인 사상 전력 미군, 폭격원칙 또 도마
미군이 아프가니스탄 쿤두즈에서 ‘국경없는 의사회’(MSF) 병원을 폭격한 사건을 두고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미군은 이미 아프간과 이라크, 시리아 공습에서 다수의 민간인 사상을 초래한 전력이 있어 이번 사건으로 미국의 폭격 원칙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쿤두즈의 MSF 병원 폭격으로 인한 사망자는 22명으로 늘었다.
사망자는 어린이 3명을 포함해 환자 10명, 의료진 12명이며 부상자도 37명이다.
로이터통신은 목격자들을 인용해 환자로 가득 찬 병원이 폭격을 당하면서 환자들이 산 채로 불에 타 숨졌다고 전했다.
MSF는 이번 폭격을 전쟁범죄로 간주하면서 분쟁 당사자인 미국이나 아프간 정부의 조사와 별도로 독립적인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력히 촉구했다.
크리스토퍼 스톡스 MSF 사무총장은 “전쟁범죄가 발생했다는 분명한 전제하에서 독립적인 국제기구의 전면적이고 투명한 조사를 요구한다”면서 “분쟁 당사자의 내부 조사에 의존하는 것은 전적으로 불충분하다”고 지적했다.
미 국방부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조사 결과는 수일 내로 나올 예정이다. 현재 미군은 병원 인근에서 폭격을 가한 점을 인정하면서도 탈레반 공습 와중에 ‘부수적인 피해’가 발생했다는 입장이다.
’부수적인 피해’란 전쟁 상황에서 민간인 사상을 뜻하는 용어다. MSF는 전체 부지에서 병원 건물만 반복적으로 정밀 폭격을 당했고 다른 곳은 거의 피해가 없었다면서 의도적 폭격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MSF는 쿤두즈 병원에서 더이상 의료활동을 수행할 수 없다면서 중환자들을 다른 병원으로 옮기고 철수했다. 일부 의료진은 폭격으로 충격을 받은 상황에서도 봉사를 계속하겠다며 인근의 다른 병원으로 이동하는 희생정신을 보여주기도 했다.
쿤두즈 지역의 유일한 외상치료 병원이었던 MSF 병원의 폐쇄로 아프간군과 탈레반의 교전 격화에 시달리는 현지 주민들은 더욱 취약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고 NYT는 지적했다.
이번 사건으로 미군의 폭격 원칙은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미군은 아프간과 이라크, 시리아 등지에서 탈레반과 IS를 공습하면서 다수의 민간인 사상을 초래해 비난받아왔다.
미국은 목표물을 정확히 확인해 민간인 피해가 없을 것이라고 거의 확신할 때만 폭격을 가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지만 공습 과정에서 민간인 사상자가 속출하는 사건이 잇따랐다.
2009년 5월 아프간에서 미군 공습으로 민간인 140명이 사망한 것이 대표적 예다. 이 같은 아프간 당국의 발표에 미군은 민간인 사망자가 26명이라고 주장했다.
NYT는 미군이 이번 사건으로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실패해 또다시 비판을 받게 됐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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