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이슬람권, 유럽서 이민 혐오 확산 우려…“英패배” 시각도

<브렉시트> 이슬람권, 유럽서 이민 혐오 확산 우려…“英패배” 시각도

입력 2016-06-25 21:30
수정 2016-06-25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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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대통령 “EU가 현재 기조 유지하면 추가탈퇴 피할 수 없어”

영국이 23일(현지시간) 국민투표를 통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선택하면서 이슬람권의 반응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슬람권 출신의 이민자 문제가 브렉시트 결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이 결과에 민감한 반응을 나타낸 국가는 인구 7천900만명의 터키다.

최근 터키의 EU 가입 추진 여부는 브렉시트 탈퇴를 주장해온 영국 정치인들의 핵심 선전 소재였다.

이 때문에 브렉시트 찬성진영의 승리는 무슬림(이슬람교도) 대국인 터키에 대한 반대 심리가 강하게 작용한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낳고 있다.

당장 터키는 이번 브렉시트 결정이 유럽 내 이슬람혐오 현상이 대두한 결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이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24일 밤 TV로 방송된 연설에서 “현재 벌어지는 반(反)터키 행태는 이슬람혐오 현상”이라면서 “터키의 EU 가입이 지연되는 이유가 이슬람혐오”라고 규정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EU가 앞으로 계속 일관성 없는 태도를 보이고 현재와 같은 길을 간다면 조만간 추가 탈퇴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터키 정부 관리들도 브렉시트 투표 결과가 나온 직후 “유럽 정치인들이 확대하고 있는 혐오, 반이민 정서와 싸우는 데 실패했다”라고 평가했다고 아랍권 위성매체 알아라비야는 보도했다.

터키의 EU 담당 오메르 체리크 장관은 “영국 캠페인은 주류 정치인들이 기름을 부은 이슬라모포비아(이슬람 혐오 현상)와 반터키 정서에 의해 훼손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이것은 (영국) 주류 정치인들이 극우파에 의존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우려스러운 과정”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날 터키 최대 일간지 휴리예트데일리는 무슬림 이민문제가 브렉시트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영국의 탈퇴 절차와 관련해 터키의 EU 가업 협상은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아랍 지식인들 사이에선 브렉시트가 영국 패배를 상징한다는 분석과 함께 이를 옹호하는 의견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이날자 분석 기사에서 “대부분의 아랍 지식인들은 브렉시트를 영국과 유럽의 패배이자 EU 종말의 시작으로 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요르단 작가인 야세르 자트레는 이번 투표 결과를 “지진이자 유럽 정체성의 단편화 시작” 단계라고 정의했다.

반면 아랍권 정치 평론가인 카우싸르는 브렉시트를 ‘아랍의 봄’에 빗대어 “유럽 봄의 시작”이라고 묘사했고 정치 활동가인 마이사라 말라스는 이번 투표로 사임하기로 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의 결정에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반면 쿠웨이트 기자 무함메드 알루마이히는 “GCC(걸프협력국가)와 아랍권이 다양한 이슈를 놓고 하나의 그룹으로서 영국과 재협상을 해야 할 시간이 됐다”라며 신중론을 펴기도 했다.

사우디아라비아 기자인자 칼럼니스트인 자말 카쇼기는 “푸틴은 오늘 행복할 것이다. 그는 시리아에서 발생한 난민 위기를 통해 EU를 분열시키는 데 성공했다”라며 러시아의 시리아 내전 개입에 따른 난민 사태와 브렉시트를 연관지어 분석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영국의 한 정치인은 영국의 EU 탈퇴 캠페인을 비판하고 나섰다.

영국 집권 보수당 간부이자 장관 출신인 사예다 와르시 전 의원은 더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브렉시트 찬성 캠프 측은 거짓말과 증오, 혐오 현상을 퍼뜨렸다”며 “이들은 EU 잔류가 가까운 미래에 다수의 터키, 시리아 난민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잘못된 제시를 내놨다”고 말했다.

그는 애초 브렉시트 찬성을 지지했다가 나중에 EU 잔류 캠페인에 합류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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