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비번 말 안 한다고? 터키 소녀, 오빠에게 맞아 숨져

휴대폰 비번 말 안 한다고? 터키 소녀, 오빠에게 맞아 숨져

류지영 기자
류지영 기자
입력 2016-08-09 22:08
수정 2016-08-09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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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터키의 한 소녀가 가족 모르게 휴대전화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오빠에게 맞아서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터키 매체들이 보도했다.

 9일 일간지 하베르튀르크에 따르면 터키 남동부 바트만주 17세 소녀 아미네 데미르타시가 이달 2일 오빠 카슴에게 구타를 당한 뒤 사망했다.

 카슴은 경찰 수사에서 여동생을 때려 죽게 한 사실을 시인하면서 “아미네가 가족이 모르게 휴대전화를 사용했다”고 말했다.

 카슴은 아미네에게 휴대전화에 설정된 비밀번호를 말하라고 요구했으나 동생이 거부하자 계속 때렸다고 진술했다.

 아미네의 아버지는 딸이 입을 열 때까지 때리라고 아들을 부추겼다.

 어머니 역시 이에 동조해 사태를 방관했다.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말하지 않고 버티다가 가족에게 사실상 고문을 당해 목숨을 잃었다.

 경찰은 동생을 폭행한 카슴과 아들을 부추긴 아버지를 구속했다. 어머니는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받도록 했다.

 지역 여성계는 아미네의 죽음을 계기로 최근 터키사회에 증가하는 여성폭력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기로 했다.

 바트만 거리에는 아미네의 사진 아래에 “나는 가족에게 고문당해 죽은 아미네 데미르타시입니다. 저를 잊지 말아 주세요”라고 쓰인 포스터가 나붙었다.

 바트만 여성총회의 베리반 아자르 대변인은 “친인척에 의한 여성 살해가 늘어나고 있고 그 가운데 일부는 자살로 위장되기도 한다”고 밝혔다.

 인구의 95% 이상이 무슬림인 터키는 과거 ‘가족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이유로 여성이 가족 구성원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 ‘명예살인’이 간혹 발생했다.

 터키는 유럽연합(EU) 가입 절차를 본격적으로 밟기 시작한 2000년대 초반부터 명예살인에 강력하게 대응, 악습을 거의 근절했다.

 그러나 이슬람주의를 표방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정의개발당(AKP)이 집권한 이래 터키 사회가 종교적으로 보수화의 길을 걸으면서 여성에 대한 억압이 강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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