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법 없는 트럼프보다 힐러리가 미국을 위해 좋아”
지난 6월 미국 플로리다 주 올랜도의 게이 나이트클럽에서 역대 최악의 총기 테러를 저지르고 사살된 용의자 오마르 마틴의 아버지가 8일(현지시간) 민주당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유세에 참석해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다.9일 지역 방송 WPTV에 따르면, 마틴의 부친인 세디크 마틴은 플로리다 주 키시미에서 열린 클린턴 전 장관의 유세에 빨간색 모자를 쓰고 연단 뒤에 앉아있다가 TV 카메라에 제대로 잡혔다.
클린턴 전 장관이 마틴의 총기 난사로 49명이 숨지고 53명이 다친 올랜도 참사를 떠올리며 추도사로 연설을 막 시작한 순간이었다.
키시미는 올랜도에서 남쪽으로 35㎞ 떨어진 곳에 있다.
세디크 마틴은 WPTV의 인터뷰 요청을 처음에는 거절했다가 나중에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우연히 취재진과 만나 느닷없이 클린턴 지지의사를 표명했다.
그는 TV 카메라에 직접 만든 클린턴 후보 지지 손팻말을 보여주기도 했다.
국가안보와 총기 규제를 위해서 클린턴 전 장관을 지지한다는 문구와 함께 클린턴 전 장관이 벵가지 사태에 대해 진실을 얘기했다는 전 중앙정보국(CIA) 부국장 마이크 모렐의 발언도 적었다.
세디크 마틴은 “해법을 제시하지 못한 도널드 트럼프(공화)보다 클린턴 전 장관이 미국을 위해 좋다”고 했다.
총기 참사 현장에서 가까운 키시미에서 열린 유세에 어쩐 일로 참석했느냐는 물음에 마틴은 “내 아들이 미국 육군에 입대해 수니파 급진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에 맞서 싸우기를 희망했다는 얘기를 숱하게 했다. 그게 훨씬 나았을 것”이라며 동문서답을 했다.
클린턴 후보 선거 캠프가 자신의 유세 참석을 알았을 것 같으냐는 질문엔 “민주당 유세엔 누구나 참석할 수 있다”고 답했다.
자신의 존재를 알아본 사람들이 놀라지 않았겠느냐는 물음에도 마틴은 “왜 그들이 놀라느냐. 난 미국을 사랑하고 오랫동안 여기에 살아왔다”며 태연스럽게 말했다.
클린턴 선거 캠프의 한 관계자는 “3천 명이 참석한 공개 유세였다”면서 “세디크 마틴은 손님으로 초대를 받은 것이 아니고, 유세가 끝날 때까지 그가 참석한지도 몰랐다”고 밝혔다.
세디크 마틴은 테러 후 경찰에 사살된 아들에 대한 연방 정부의 수사에 잘 협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세디크 마틴에 대해 캘리포니아 주에 있는 아프가니스탄 위성방송국의 프로그램 진행자로 이슬람권 반미운동의 중심 세력을 구성하는 파슈툰족 출신이라는 점을 주시하고 있다.
마틴은 자신을 ‘아프간 과도 혁명정부’의 지도자로 칭하고 친(親) 탈레반, 반(反) 미국적인 수사로 가득한 방송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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