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BBC 물리적 충돌 멈췄지만 종전되지 않은 다섯 사례 소개
27일 ‘판문점 선언’으로 한반도에서 65년이나 지속된 정전 상태를 끝내기 위해 올해 안에 종전 선언과 함께 평화협정을 체결하겠다고 남북한 정상이 합의해 희망을 키우고 있다. 하지만 전쟁을 끝내고도 평화를 얻지 못한 다른 나라의 사례는 무수히 많다. 물리적 충돌을 피한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다섯 사례를 영국 BBC가 29일 소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가까운 사례부터 아주 옛날 사례까지 시계를 돌려 본다.먼저 러시아와 일본이다. 옛소비에트는 일본이 항복 선언을 하기 며칠 전 약삭빠르게 일본에 선전포고를 했다. 그런 뒤 일본과 러시아 동부 캄차카 반도 사이의 쿠릴 열도를 병합했다. 이 열도 때문에 두 나라가 평화협약을 맺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는 전후 협약들에서 자신들의 쿠릴 열도 주권을 인정받았다고 주장하지만 일본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연합군과 독일 사이도 무려 45년 이상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았다. 독일은 1945년 5월 연합군에게 항복했지만 전승국끼리 갈등이 지속돼 제3제국의 패전 책임을 어떤 독일 정부도 온전히 승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냉전이 지속된 것도 1990년대 독일 통일 때까지 전쟁이 끝나지 않게 만들었다. 전쟁 상태가 계속된다는 것을 빌미로 미국은 옛서독 지역에 군대를 주둔시킬 수 있었다.
몬테네그로와 일본이 전쟁을 벌였다고? 종전 선언에 한 세기가 걸렸으니 모르는 사람이 태반일 수밖에 없다. 1904년 노일전쟁이 터지자 많은 이들이 러시아의 승리를 예상했으나 놀랍게도 일본이 이듬해 승전했다. 몬테네그로는 러시아를 지원했으나 일본은 이를 파악하지 못했다. 러시아와 일본이 평화협약을 맺었을 때 몬테네그로는 잊혀졌고 곧바로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났고, 몬테네그로는 세르비아-크로아티아-슬로베니아 왕국의 일부가 됐다가 나중에 유고연방이 됐다. 2006년 몬테네그로가 다시 독립하자 일본과 외교 관계를 복원하기 위해 평화협정을 맺었다.
네덜란드와 영국령 시실리 제도는 무려 335년 동안 전쟁을 벌였는지도 모른 채 방치한 사례다. 영국 청교도혁명이 끝나가던 1651년 네덜란드 함대가 의회파와 한편이 돼 참전했는데 시실리에 정박하던 왕실파 함선의 공격을 받아 손상된 피해 보상을 요구했다. 잉글랜드 대부분이 의회파의 수중에 떨어지자 네덜란드는 시실리 제도를 상대로 전쟁을 선포했다. 하지만 의회파가 이 섬들을 점령했을 때 네덜란드 함대는 이미 떠났고 당연히 평화협약은 체결되지 않았다.
욘크헤르 후이데코퍼 네덜란드 대사가 영국령 시실리 제도와의 전쟁을 종식하는 평화협정을 체결하자고 하자 웃고 있다.
페니키아 전쟁 하면 떠오르는 한니발 장군이 코끼리를 앞세워 알프스를 넘는 장면.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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